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컷(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올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높아져서다. 연이어 발표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월가의 전문가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에 연내 한두 차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미 노동부는 8월 미국의 PPI가 전월에 비해 0.2% 상승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1.7%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전망치(0.2%)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PPI의 경우 전월 대비 0.3% 올라 0.2%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웃돌았다. 근원 PPI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3.3% 상승했다. 도매 물가가 시장의 전망치보다 빠르게 오른 건 서비스 가격이 0.4% 뛴 탓이다. 객실 임차료 상승이 서비스 비용을 높였다. PPI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CPI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8월 CPI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2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뺀 근원 CPI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 올라 여전히 3%대에 머물렀다. 전월 대비로도 0.3% 상승해 7월 상승률(0.2%)보다 더 올랐고, 시장 추정치(0.2%)도 웃돌았다.
월가는 8월 CPI에 이어 PPI까지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자 이달 Fed의 금리 인하에 큰 변수가 사라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채권 스와프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Fed가 이달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연말까지 1%포인트가량 인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 선물 시장은 Fed가 오는 17~18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 내릴 확률을 15%로 반영하고 있다. 1주일 전만 해도 이 가능성은 40% 수준이었다.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1주일 전 60%에서 80%로 높아진 상태다.
한편 이날 미 노동부는 9월 1일부터 7일까지 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3만 건으로 전주 대비 2000건 늘어난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전망치였던 22만5000건을 소폭 웃돌았다. 노동 시장이 냉각되고 있는 건 맞지만 속도를 봤을 때 급격한 경기 침체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다수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