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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시간) “우리 회사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모두가 원한다”며 강력한 수요를 자신했다. 또 엔비디아 AI칩을 구매하는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은 구매비용의 다섯 배 수익을 거둔다며 ‘AI 거품론’을 일축했다. 황 CEO의 발언에 힘입어 엔비디아 주가가 약 8% 급등했고 국내 반도체주도 일제히 올랐다. ○“1달러 투자하면 5달러 수익”
이날 골드만삭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주최한 테크콘퍼런스에 참석한 황 CEO는 “엔비디아 제품 수요가 너무 많아 놀랍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모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컴퓨터 제조사와 협력하고 있다”며 “수요가 워낙 많기 때문에 엔비디아 기술과 인프라, 소프트웨어의 공급은 이들의 수익과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황 CEO는 “모두가 우리를 믿고 있다”며 “정말 긴장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신형 AI칩 블랙웰의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4분기에 출시하고 내년까지 생산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월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투자 거품론’을 일축했다. 황 CEO는 세계 추천·검색·대규모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모두 가속화하고 있다며 “가장 먼저 일어날 일은 세계 수조달러 규모의 범용 데이터센터가 가속화한 컴퓨팅으로 현대화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가속화한 컴퓨팅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엔비디아 AI칩을 구매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제공업체)가 칩 구매 비용 1달러당 5달러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엔비디아 제품을 이용하면 비용이 2배 올라가지만 컴퓨팅 속도가 20배 빨라져 비용을 10분의 1로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첨단 AI칩 위탁생산을 TSMC가 아닌 다른 파운드리 업체에 맡길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만의 지정학적 위협 요인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는 “우리가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이유는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른 기업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엔비디아의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AI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내 반도체주 일제히 급등미 정부가 엔비디아의 사우디아라비아 AI칩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보도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 인터넷 매체 세마포르는 지난 10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글로벌AI서밋 행사에서 미·사우디 당국자들이 엔비디아 칩 판매를 비공식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한 이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국으로 반도체를 이전할 수 있는 40개 이상 국가에도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8.15% 오른 116.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2일 국내 반도체 관련주도 일제히 급등했다. SK하이닉스는 7.38% 상승한 16만8800원, 삼성전자는 2.16% 오른 6만6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8거래일 만의 상승세다. 한미반도체는 5.30%, 주성엔지니어링은 9.66% 올랐다.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 이후 국내 주요 반도체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급격히 하향되고 있어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인엽/심성미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