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일 매도세를 보여온 외국인이 8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 영향으로 장 막판 대거 매수세가 나왔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87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깊어지면서 외국인은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한 금액만 4조3795억원이다.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선 배경으로는 이날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 영향이 꼽힌다. 통상적으로 만기일에는 선물·옵션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한 물량이 쏟아져 증시 변동성이 커진다. 외국인은 이날 장 마감 전 유가증권시장에서 누적 2192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마감 직전 5000억원어치 이상 매수하면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전날 엔비디아가 급등해 반도체 투매 심리가 누그러든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에는 기관이 포지션 청산을 위해 수십 종목을 묶어 바스켓 거래를 한다”며 “외국인이 평소 확보하기 힘든 종목의 물량을 대거 확보한다거나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판단해 막판 매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만기일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매수 전환인 만큼 외국인 매도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 전날 엔비디아 주가 급등에도 오늘 장 마감 전까지 매도 우위였다는 점을 보면 투자심리가 바뀌었다고 보긴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2차전지, 화장품 등 일부 업종은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은 삼성SDI를 1162억원, 아모레퍼시픽을 1104억원, LG에너지솔루션을 1022억원가량 순매수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