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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페루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반인륜적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86)이 11일 사망했다.
일본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페루의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서 1990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취임 당시 페루 물가 상승률은 7000%를 넘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무역 관세를 인하하는 등 경제 개혁을 추진했다. 임기 말에는 인플레이션을 4%대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3선 연임에 성공한 2000년, 그의 심복이던 국가정보부장이 야당 의원을 매수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폭로되자 사임을 발표했다. 이후 그가 재임 중 최소 25명을 학살하고 언론인과 사업가를 납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2009년 페루 법원에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비롯한 법정 투쟁 끝에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