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 손' 범LG家 구본호…LX판토스 지분 5% 매각

입력 2024-09-13 09:44
이 기사는 09월 13일 09: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범LG가 구본호 케이케이홀딩스·판토스홀딩스 회장(사진)은 한 때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기도 했다. 더존비즈온, 미디어솔루션, 동일철강 등 손대는 주식마다 주가가 급등한 결과다. 하지만 허위 공시로 주가를 조작해 165억원을 챙긴 혐의로 2008년 구속됐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모처럼 자본시장에 등장했다. 보유한 LX판토스 지분 5%를 처분했다. LX판토스의 기업공개(IPO) 추진 작업이 더뎌지면서 보유한 지분을 일부 처분해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구 회장은 12일 LX판토스 지분 5%(10만주)를 LX인터내셔널에 490억원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49만원으로 산출됐다. 구 회장은 이번 매각으로 LX판토스 지분이 14.9%에서 9.9%로 쪼그라들었다. LX인터내셔널의 지분은 51%에서 56%로 늘었다. 미래에셋증권 사모펀드(PE·지분 19.9%) 등도 LX판토스 주주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매입 목적에 대해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 회장이 지분을 처분한 것은 LX판토스 IPO 작업이 더뎌진 것과 맞물린다.

LX판토스는 1977년 출범한 물류업체로 범LG그룹의 물류 일감을 바탕으로 실적을 키웠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6조8793억원, 1560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35.5%, 58.3% 줄었다. 해상운송료 운임 등이 떨어지면서 매출이 큰 폭 줄었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IPO 작업도 미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구본호 회장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의 동생인 고 구정회 창업고문의 손자다.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6촌 동생이기도 하다. LX판토스 부사장을 지낸 그는 현재 여행사 레드캡투어의 지분 38.3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구 회장은 100%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인 케이케이홀딩스·판토스홀딩스를 통해 투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LX판토스는 구본호 회장과 그의 모친인 조원희 레드캡투어 회장이 출범 이후 지분 97%를 보유한 바 있다. 하지만 2015년에 LX인터내셔널과 LG그룹 오너일가에 지분 70.9%가량을 처분한다. LX인터내셔널이 지분 51%를 사들여 LX판토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장남 구광모 LG그룹 회장(지분 7.5%),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4.0%), 차녀 구연수 씨(3.5%)와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X MDI 부사장(2.5%), 장녀 구연제 씨(2.4%)도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매각 직후 LX판토스에 LG그룹 일감이 몰리는 등 사익편취 논란이 불붙었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오너일가는 2018년 보유한 LX판토스 지분 19.9%를 미래에셋증권 PE에 1450억원에 처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시 LX판토스 기업가치를 7290억원으로 산출한 바 있다. 구본호 회장의 주당 매각가(49만원)를 바탕으로 단순 산출한 LX판토스 기업가치는 9800억원으로 추산된다. 5년 동안 몸값이 34.4%가량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