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 선수는 두종류로 나뉜다. 우승을 해본 선수와 해보지 못한 선수. 한번 우승을 해봐야 '이기는 법'을 알게 돼 계속 우승할 수 있다는 속설은 많은 선수들이 증명해냈다. 지난 5월 정규투어 데뷔 8년만에 첫 승을 거둔 뒤 석달만에 3승을 쓸어담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배소현(31)이 대표적이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도 생애 첫 승이라는 큰 숙제를 마무리지은 이승택이 다승을 향한 기분좋은 시작을 알렸다. 12일 경상남도 구미 골프존카운티선산(파72)에서 열린 KPGA투어 골프존-도레이오픈(총상금 10억원) 1라운드에서 이승택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며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오후 4시 30분 현재 염서현에 1타 차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며 2승을 위한 기분좋은 첫 단추를 꿰었다. 지난 1일 막내린 렉서스 마스터즈 전후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첫 승을 거둔지 2주 만이다.
이승택은 KPGA투어에서 독보적인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다. 그가 2017년 티업·지스윙 메가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친 12언더파 60타는 7년 넘게 18홀 최소타 기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300야드가 넘는 드라이브 샷을 앞세운 호쾌한 '닥공골프'가 장점이다. 2019년에는 버디 136개를 잡아내 '버디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몰아치기에도 강했다. 체중 100㎏에 육박하는 큰 몸집에 저돌적인 플레이를 펼친 그는 '불곰'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승컵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날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뒷심이 부족하다는 혹평까지 받았다. 그래도 112경기만인 렉서스마스터즈에서 특유의 몰아치기를 앞세워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고, '우승해 본 선수', '이기는 법을 아는 선수'로 거듭났다.
이승택은 7월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3개 대회 12라운드 동안 7번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오버파 라운드는 두번에 그쳤을 정도로 샷감과 경기력이 좋다. 이날 10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기분좋게 경기를 시작한 이승택은 전반에 3타를 줄였다. 후반에서도 1번홀(파4) 버디를 시작으로 4번홀부터 4개홀 연속 버디를 몰아쳤다.
경기를 마친 뒤 이승택은 "우승 후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우승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직은 꿈만 같다"고 첫 승의 감격을 전했다. "매주 대회를 할 때마다 같은 루틴과 같은 연습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실감할 새가 없다"는 설명이다.
'우승할 수 있는 선수'로 변신한 비결은 아이언과 퍼트를 꼽았다. 그는 "오늘 티샷이 잘 됐고, 페어웨이를 잘 지켜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며 "아직 1라운드밖에 끝나지 않았으나 3라운드와 최종 라운드까지 선두권에 진입해 우승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