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100억원대 돈을 댄 ‘전주’(錢主) 손 모 씨의 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같은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손 씨와 유사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김 여사에 대한 수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권순형·안승훈·심승우)는 이날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2심 선고 공판에서 권 전 회장에게 1심보다 무거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손 씨에게는 권 회장 등의 주가조작을 방조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손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관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 편승한 뒤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해 다른 피고인들의 시세조종을 용이하게 했다"며 "그에 따라 주식 시세가 증권시장의 정상적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지 않아 선의의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앞서 권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약 3년간 91명의 계좌 157개를 이용해 고가·허위 매수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됐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와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비정상적 거래로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봤다.
지난해 2월 1심은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공모 혐의로 함께 기소된 5명도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공동정범으로 함께 기소된 손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은 손 씨에 대해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이 같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또 다른 ‘전주’로 의심받아 온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2
심 결과에 이목이 쏠렸는데, 이날 유죄 판단이 나온 것이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7기)은 김 여사 관련 사건 중 어느 것도 종결하지 못한 채 오는 15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날 손 씨가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김 여사 기소 여부에 대한 후임인 심우정 총장 후보자(26기)의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됐다.
민경진/장서우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