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까지 참전 '초강수'…전속계약 해지 분쟁 '폭풍전야'

입력 2024-09-12 18:52
수정 2024-09-12 19:31
이 기사는 09월 12일 18: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갈등이 벌어진 지 5개월 만에 뉴진스까지 참전하면서 분쟁 국면은 더 큰 소용돌이를 맞게 됐다. 뉴진스 멤버들은 2주 내로 민 대표를 복귀시키라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정황상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절차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벌써 위약금 여부와 그 수준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계속되는 '인사 무시' 진실공방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에 대한 신뢰가 꺾이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하이브 걸그룹 '아일릿(ILLIT)' 매니저와 벌어진 '인사 논란'이었다. 사건은 약 세 달 전인 6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벌인 법정 다툼에서 승리한 직후였다. 뉴진스 멤버 하니가 11일 저녁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이브 소속 가수 매니저가 멤버들에게 (본인을) 무시하라"고 말했다며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밝혔다. 아일릿 매니저와 벌어졌던 상황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사내 따돌림을 우려했던 뉴진스 부모 측은 당시 이 문제를 어도어와 하이브 경영진들에게 알리고, 순조로운 해결을 위한 상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인사 논란'을 둔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갈등을 끝내 해소하지 못했다. 하이브 측은 당시 상황이 포착된 7~8분 분량의 CCTV를 확인한 결과 하니와 아일릿 멤버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고 매니저가 문제의 발언을 하는 등 문제의 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뉴진스 부모의 문제 제기는 당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내에서 공론화되진 않았다. 다만 가요계에선 그간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행적을 고려했을 때 교묘한 '감정싸움'이 번졌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진스 멤버들은 세 달 뒤 민 전 대표마저 대표직에서 해임되자 행동에 나섰다. 앞서 뉴진스 부모 측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수차례 받아주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브는 당시 "방 의장이 안면인식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결국 '한 배' 탄 민희진-뉴진스
결국 뉴진스 멤버들은 2주 내로 민 대표를 복귀시킬 것을 요구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구체적인 시한까지 제시된 만큼 하이브를 상대로 법적인 절차까지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가요계는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 소송에 돌입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통상 계약해지 소송은 연예인이 소속사에 요구사항을 전하고, 일정 기간 내에 시정이 되지 않으면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식으로 이뤄져왔다. 뉴진스의 경우에도 2주 내로 '민 대표 복귀' 등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에 돌입할 수 있다는 선전포고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속계약 해지 소송은 지난달 말 민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해임되면서 거론됐던 시나리오 중 하나다. 민 전 대표 측은 "대표이사 해임 결정은 주주간계약 위반이자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위법한 결정"이라며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 관계자는 "뉴진스 멤버들이 '인사 논란'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하이브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결과 결국 민 전 대표와 같은 입장이 됐다. 이번 라이브를 통해 민 전 대표와 한 배를 타겠다는 의도를 강력하게 드러내면서 하이브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화합 사실상 불가능…관건은 위약금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는 뉴진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이브는 현재 민 전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갈등 상황이 최악까지 치달은 만큼 이들이 극적으로 화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소송이 본격화할 경우 관건은 위약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는 계약 해지 시기를 기준으로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해 위약금을 매긴다. 이에 따른 뉴진스의 위약금 추정치가 약 3000억원에 이른다. 뉴진스가 위약금을 내고 자유의 몸이 되는 안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관계자는 "뉴진스는 위약금 없이 회사를 나갈 수 있는 명분 쌓기에,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갈등의 시작이었던 '템퍼링 의혹'을 수면위로 올린 것이라는 증거 모으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외부 투자자를 모집해 어도어를 독립시키고 뉴진스를 빼갈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해왔다.

하이브는 전날 뉴진스의 분쟁 참전 여파로 이날 장중 6%대 하락했다가 2.82% 내린 16만9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