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오르나 했더니"…돈줄 죄자 노·도·강 집값 '움찔'

입력 2024-09-12 14:00
수정 2024-09-12 14:49

서울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역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집값이 회복하는가 싶더니 다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서 정부가 돈줄을 죄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이들 지역이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서울 집값은 0.23% 올라 전주(0.21%)보다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전주 소폭 하락했던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집값이 대체로 상승했지만 서울 외곽지역인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의 경우 전주보다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노원구는 0.16%에서 0.15%로 0.01%포인트, 도봉구 역시 0.12%에서 0.11%로 0.01%포인트, 강북구는 0.17%에서 0.15%로 0.02%포인트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상계현대3차’ 전용면적 84㎡는 지난 4일 5억8000만원에 손바뀜해 직전 거래인 지난 7월 6억2500만원보다 4500만원 내렸다. 이달 거래된 매물은 1층이라 가격이 더 내린 것이지만 이 면적대는 지난 3월 6억6000만원까지 뛰었는데 이후 점차 가격이 낮아지는 모양새다.

같은 동에 있는 ‘상계주공12’ 전용 41㎡는 지난 4일 4억1800만원에 거래돼 지난 8월 기록한 4억2000만원보다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창동신도브래뉴1차’ 전용 84㎡ 역시 지난 5일 8억2500만원에 팔렸는데 직전거래인 8억3900만원(8월)보다 1400만원 내렸다. 올해 신고가인 8억4700만원보다는 2200만원 낮은 수준이다. 방학동에 있는 ‘신동아아파트2’ 전용 84㎡ 역시 지난 2일 5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직전 거래인 5억2000만원(7월)보다 2000만원 내렸다.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벽산라이브파크’ 전용 84㎡도 지난달 말 6억19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지난달 초 거래된 6억6000만원보다 4100만원 가격이 더 낮아졌고, 수유동에 있는 ‘수유벽산1차’ 전용 63㎡ 역시 지난달 4억8000만원에 팔려 직전 거래인 5억2300만원보다 수천만원 하락했다.

이들 지역 집값이 주춤하고 있는 까닭은 대출 규제 때문이다. 이달 1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됐다. 서울 외곽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높아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집값이 영향을 받는다.

노·도·강을 제외하고는 성동구가 0.43%에서 0.41%로 상승 폭을 낮췄고, 마포구가 0.3%에서 0.29%로 상승률이 줄었다. 강북 핵심지역인 마·용·성의 경우 그간 강남 3구와 함께 집값이 치솟은 만큼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최근 대출 환경 변화와 가격 급등 피로감으로 매물이 시장에서 소화되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 폭을 키운 것은 일부 재건축 단지와 지역 내 신축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전셋값은 0.17% 상승했다. 성동구는 0.33% 올라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폭 뛰었다. 응봉동과 하왕십리동 역세권에 있는 단지들에서 전셋값이 뛰었다. 양천구(0.27%)는 목동과 신정동 중소형 단지에 수요가 몰렸다.

영등포구(0.27%)는 신길동과 여의도동 구축을 중심으로, 서초구(0.24%)는 서초동과 잠원동에 있는 주요 단지에서 강서구(0.22%)는 가양동과 등촌동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했다. 노원구(0.21%), 용산구(0.2%), 광진구(0.2%), 서대문구(0.2%), 구로구(0.16%) 등도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역세권과 신축, 학군지 등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대기 수요가 다시 발생하고 있다"며 "매물 부족에 따른 상승 거래가 꾸준히 체결되면서 서울 전셋값이 오르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