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 무대에 등장해 다른 출연진의 앙코르에 항의를 표한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가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한 제작진과의 사전 협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공연 주최 측인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오페라단은 "공식적으로 사전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게오르규의 소속사 인터뮤지카는 11일(현지시간) 오페라 전문 매체 오페라 와이어를 통해 ‘서울 사건 해명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게오르규는 출연진 중 누구도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토스카’ 제작진과 합의했었다"며 유감을 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터뮤지카 측은 "게오르규는 오페라 극에서 벗어난 앙코르가 오페라의 서사적 흐름을 방해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이 게오르규에게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 측은 "앙코르는 라이브 공연 도중 관객과의 교감을 통해 즉석에서 지휘자가 결정하는 것으로 소프라노 한 명의 희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공연장 측에 따르면 게오르규는 개막공연 전 개인 매니저를 통해 "나를 포함한 모든 출연진의 앙코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게오르규 측의 일방적인 바램을 말했을 뿐 협의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아주 세세한 사항까지 명시하는 계약서에도 앙코르에 대한 내용이 없었고, 이후로도 앙코르에 대해 함께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공연 시작 전 지휘자 지중배는 게오르규에게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앙코르를 제안했고 게오르규는 완전한 퍼포먼스를 위해 이를 거절했다고 했다. 지중배 역시 "게오르규 본인의 앙코르 여부에 대한 논의만 했을 뿐, 다른 출연진의 앙코르에 대해서는 그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했다.
게오르그의 입장 표명에도 그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오페라 앙코르의 정당성 여부와 별개로 어떤 이유에서든 게오르규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자신의 철학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라이브 무대 도중 항의를 표하는 것은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토스카라는 작품에서 앙코르가 개인적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게오르규의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관객에게 큰 실례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규는 앞서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 3막에서 카바라도시(테너 김재형)의 ‘별은 빛나건만’의 앙코르가 진행되자 돌연 무대에 등장했다. 김재형이 앙코르를 하는 동안 못마땅한 듯 허리에 손을 짚은 채 서 있던 그는 앙코르가 끝나자 "잠깐만요. 이것은 공연이지 리사이틀이 아니에요. 저를 존중해주세요(Respect me)!"라고 외쳤다.
공연이 끝나고, 모든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커튼콜 때 게오르규는 오랜 박수에도 무대에 나오지 않았다. 얼마 뒤 게오르규는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런 그를 향해 일부 관객은 야유를 보냈다.
최다은/조동균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