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아닌 다른 기업에 인공지능(AI) 칩 생산을 맡길 수 있다고 언급해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는 만큼,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 생산을 맡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1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황 CEO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그룹 기술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그들이(TSMC가) 훌륭하기 때문에 사용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른 업체를 찾을 수 있다(we can always bring up others)"고 말했다. '다른 업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엔비디아 최신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황 CEO는 다만 TSMC가 아닌 다른 업체를 이용할 경우 자칫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신중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기술 대부분을 자체 개발하고 있어 우리는 다른 공급업체로 주문을 전환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변화는 우리의 칩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TSMC는 민첩성을 갖췄고 엔비디아의 요구에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TSMC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AI 칩 고객사들이 제한된 공급으로 긴장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AI 칩) 수요가 너무 많다. 모두(모든 업체)가 가장 먼저이고 최고가 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는 최신 칩 블랙웰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CEO가 TSMC를 치켜세운 이날, 동시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불황 등으로 일부 사업부 해외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본사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 및 마케팅 직원을 약 15%, 행정 직원을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구조조정 작업은 올해 말까지 이뤄지며, 미주, 유럽, 아시아 및 아프리카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인력 구조조정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 직격타로 인해 15년 만에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경쟁사들에 비해 회복 속도가 더딘 데 등에 따른 것이라고 통신은 분석했다. 특히 젠슨 황이 이날 동시에 언급한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연간 약 120억달러(약 16조8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인도에서는 임금 문제로 인한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과 중국 화웨이와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통신은 주목했다. 삼성전자 측은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일부 해외 사업장에서 실시한 인력 조정은 일상적인 것으로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며 "이를 통한 구체적인 목표는 없고 생산 직원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