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수원FC)가 결백을 주장했다.
손준호는 11일 수원의 수원체육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터놓고 응어리를 밝힐 수 있는 자리를 갖게 돼 홀가분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손준호는 중국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지난해 5월 중국 현지에서 형사 구금됐다가 올해 3월 풀려나 귀국했다. 당시 중국 축구계에 만연했던 부패와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바람이 불어 승부조작 혹은 뇌물수수가 주요 혐의로 추측됐는데, 손준호 측은 이를 부인했다.
귀국 후 침묵을 지키던 손준호는 전날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에 대해 승부조작을 이유로 영구 제명 징계를 내리자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손준호는 "지난 5월 공항에서 가족들 앞에서 체포가 돼 당황스러웠다. 이후 공안은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한다'며 체포했다. 이후 가족들을 언급하며 강압수사를 펼쳤고, 겁을 먹어서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변호사 선임 후 진술을 번복하자 공안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터무니없는 증거들을 가져와 혐의를 인정하고 압박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공안 수사 당시 음성 파일 공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9개월 동안 구금된 뒤 판사, 중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개인 간의 금품수수 혐의'로 20만위안(약 3700만원)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축구선수로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제안했다. 또한 발설하지 말라고 한 것까지 받아들여 석방됐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은 손준호가 팀 동료 진징다오에게 20만위안을 받은 것이 불법적인 이유라면서 '승부조작'을 제안받았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그러나 손준호는 문제되는 돈이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 주고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준호는 자신을 향한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없다. 공안에서 제기한 승부조작 경기는 지난 1월 상하이 상강전인데, 당시 나는 90분을 풀타임 뛰었다"며 "실점에 대해서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강팀인 상하이를 상대로 1-1로 비겼다"고 했다.
더불어 "그동안 진징다오로부터 승부조작에 대한 회유를 받은 적이 없었다"며 "승부 조작에 대해서는 결백하다"고 했다.
손준호는 "공안 측에 공안 조사 당시 음성 파일 열람을 요청했는데, 모두 삭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만 제대로 밝혀진다면 무혐의도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손준호 측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도 항소할 예정이다. 손준호 에이전시인 NEST의 박대연 대표는 "아직 국제축구연맹(FIFA),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징계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만약 징계가 나온다면 그때 항소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