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에 조(兆) 단위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유럽 등에서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과 신규 CDMO 사업을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삼아 바이오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18만L 공장 지어 일석이조 효과 노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의 연사로 나서 CDMO 사업 진출 배경과 관련해 “2002년 설립 시 셀트리온은 위탁생산(CMO)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당시 우리 회사와 론자가 세계에서 유이한 CMO 업체였다”며 “우리는 자체 제품을 만들고 싶어 바이오시밀러로 사업 방향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공장 설립을 검토하다 남는 생산능력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이를 통해 제조 원가를 낮추고 신사업에서 기회를 찾기로 했다. 그는 “내년 매출 5조원이 예상되고 곧 9조원이 되는데 증설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인천 송도 1~3공장을 지어 쌓은 노하우에 자동화 기술을 더해 신공장을 지으면, 제조 원가율이 3분의 1로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단순히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과 경쟁하기보다 세계 1위 CDMO 업체 론자와 경쟁할 다양한 제품군으로 승부를 걸 것”이라고도 했다.
마침 대(對)중국 바이오 규제인 미국 생물보안법이 시행을 앞둔 점도 기회로 작용했다. 그는 “중국의 타격이 불가피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CDMO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청사진 공개한 서진석 대표서 회장과 장남 서진석 대표는 이날 KIW 2024 첫 번째 연설자로 참석해 신약개발 계획과 판매 전략을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세계 유일의 피하주사(SC) 제형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짐펜트라’의 미국 영업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달까지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의 판로를 모두 뚫었고 이달 다른 공보험과의 계약이 마무리되면 다음달부터 미국 전체 보험시장의 85% 이상을 확보한다.
서 회장은 “짐펜트라만으로 내년 1조원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2026년 2조원으로 예상되고 궁극적으로 3조5000억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에 있는 자체 직접판매망을 통해 짐펜트라를 판매하고 있다. 서 회장은 “러시아 인도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 의약품 판매 고속도로를 모두 깔아놨다”며 “이를 통해 올해 매출 3조5000억원, 내년 5조원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 대표는 “총 6개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이 동물실험 단계(전임상)를 통과했고 이 중 임상시험계획서(IND) 3개를 내년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중항체 한 개가 내년, 삼중항체 두 개는 2026년 IND가 예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년 IND를 제출할 ADC 신약 세 개 중 두 개는 오는 11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월드 ADC’ 학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밖에 감염병에 대응한 mRNA 치료제, 비만·대사질환 합성의약품과 비마약성 진통제도 장기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서 회장은 소개했다. 서 회장은 지주사 나스닥 상장에 대해선 “마땅한 인수합병(M&A) 매물이 없어 이르면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진 “나도 20년전 무일푼으로 시작”서 회장은 이날 창업 경험을 소개하며 스타트업을 격려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20년 전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매일 새벽 4시에 퇴근해 집에 올 때 항상 신문 배달부와 마주쳤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터널을 계속 가다보면 끝이 나온다”며 “한번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라”고 강조했다.
안대규/남정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