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의대생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선인이(환자들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1000명씩 죽으면 좋겠다” 등 패륜적인 발언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관련 증거를 확보한 뒤 글 게시자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11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젊은 의사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최근 ‘응급실 뺑뺑이’ 등의 의료 공백 사태를 두고 과격한 발언이 잇따라 게시됐다. 해당 사이트는 의사나 의대생임을 인증해야 글을 쓰고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게시글에서 국민을 ‘견(犬)민’ ‘개돼지’ ‘조센징’이라고 칭하며 환자와 국민을 조롱했다. 한 의대생은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이라며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임”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에는 비속어를 섞어 “감흥 있다” “흥이 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의대생은 “개돼지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로 온몸이 마비되고, 의사에게 진료받지 못해서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들이 여럿 쌓이고 쌓여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해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며 “그러면 치료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일단 진료받을 수 있다는 점에 안도와 감사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한 의대생은 “조선인들 죽는 거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뉴스에 나올 때마다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적었다. 또 “다 죽어라. 니들(정부)이랑 협의하는 단계는 지났다” “추석에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다. 조선인들 살리면 안 되는데” 등 부도덕한 발언들이 올라왔다.
메디스태프는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 및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 대한 신상 털기와 조리돌림의 근원지로 꼽힌다. 최근엔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의사들의 개인 정보를 공개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뒤 유통해 논란이 일었다. 이 사이트엔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을 비난하는 글도 많았다.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글에는 “이걸 방해하는 자들이 부역자”라는 댓글이 달렸다.
정부는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을 비난하는 행태를 위중한 불법 행위로 간주하고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의료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총 42건을 수사해 총 3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에 올라온 글에 대해서도 증거 자료를 확보해 가능하면 오늘 신속히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