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만 3.5조원…통합 앞둔 '항공 빅2' 고민

입력 2024-09-11 17:44
수정 2024-09-12 07:55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을 앞둔 가운데 마일리지 처리에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여행을 떠나지 못한 고객이 늘면서 양사 마일리지 규모가 급증했는데, 통합 전 이를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여서다. 항공사의 마일리지는 언젠가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부채로 인식된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6월 말 기준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각각 2조5278억원, 9758억원 등으로 합쳐서 3조5036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 각각 15.2%, 38.3% 증가한 규모다. 이연수익은 최초 매출 거래 시점에 수익으로 환산하지 않고 추후 마일리지 소진 때 인식되는 ‘미사용 마일리지’를 의미한다.

두 항공사가 통합하면 마일리지를 대한항공으로 합쳐야 한다. 시장에선 두 회사의 마일리지 시세가 다른 만큼 양사 회원 간 갈등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양사는 통합 전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시키기 위해 고민 중이다.

하지만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사용 환경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0일 문을 새롭게 연 마일리지 쇼핑몰 ‘OZ마일샵’에서 에버랜드 입장권은 과거 6000마일 공제에서 리뉴얼 후 6500마일로 8% 올랐다. 대한항공은 6월 메리어트호텔과 마일리지 사용·적립 제휴를 종료한 데 이어 8월 아쿠아프라넷 제주 등과도 제휴를 끊었다.

마일리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발권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직장인들이 휴가를 많이 가는 성수기에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끊으려면 평상시보다 50% 정도 더 많이 공제해야 한다. 이에 원하지 않는 노선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업계에선 평균 10%를 마일리지석으로 배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권 구매에 사용한 마일리지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보너스 승객 탑승 거리’(BPK)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지난해 상반기보다 8.8%, 28.4% 증가했다.

두 항공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통합 전에 최대한 마일리지를 줄여놔야 통합 시 회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마일리지 항공권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어서다. 해당 항공사 관계자는 “회원들이 원하는 상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쇼핑몰에 넣거나 일상생활에서도 마일리지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 아이디어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