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첫 토론회가 열린 11일 국내 ‘해리스 수혜주’와 ‘트럼프 수혜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투자자들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더 높게 보면서 2차전지, 태양광 업종 등이 급등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수혜주로 꼽힌 정유, 방위산업주는 약보합권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이벤트에 따라 업종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2차전지·태양광株 ‘쑥’
이날 삼성SDI는 9.91% 오른 3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하반기 들어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이다. 다른 2차전지주도 대부분 상승세로 마감했다.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5.14%, 포스코퓨처엠은 8.93%, 엘앤에프는 7.84% 상승했다.
미국 도박사이트인 프리딕트잇에 따르면 토론회 직전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배당률은 각각 52%, 51%로 접전이었으나 토론 직후 해리스 부통령은 56%,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를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국내 2차전지주가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미국 내 공장을 보유한 2차전지 업체들은 세액공제 혜택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토론회에서는 에너지 정책이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다양한 에너지원에 투자해 해외 석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화솔루션(7.3%), HD현대에너지솔루션(13.73%) 등 태양광 주식이 급등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업체 SK이터닉스(29.94%), 풍력발전 업체 씨에스윈드(11.11%) 등도 강세였다.
반면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는 방산, 원전, 건설, 정유주는 이날 약세 또는 보합권에 그쳤다. 현대로템은 2.92% 하락한 4만8200원에 마감했고, 두산에너빌리티(-1.15%)와 에쓰오일(-1.88%)도 약세였다. 트럼프 수혜주는 지난 7월 중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태 이후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대선 접전으로 변동성 커질 듯”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의 영향으로 업종별 주가 급등락이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차전지 업종은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실적 전망이 나빠지는 만큼 주가 되돌림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옅어지면서 IRA 관련 악재 부분이 일부 해소됐지만 근본적인 실적 전망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며 “최근 외국인이 2차전지 업종을 매수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저가 매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두 후보가 접전으로 갈수록 업종별 주가 변동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안정적인 경기방어주 종목으로 피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일부 테마주는 기대심리가 소멸하면서 토론회와 관계없이 급등락을 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의 대마초 정책 수혜주로 꼽힌 오성첨단소재는 전날 21.78% 급등한 뒤 이날 10.96% 하락했다. 임신중절 정책 관련 테마주로 꼽힌 현대약품도 전날 12.75% 상승했다가 이날 6.15% 빠졌다. 남북 경협주로 꼽혀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되는 일신석재는 이날 18.85% 급락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