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30년 컬렉션' 돈 되네…현대百·LG·MLB까지 러브콜

입력 2024-09-11 17:33
수정 2024-09-19 16:38

지난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영국 다이애나비가 ‘세기의 결혼식’에서 착용한 웨딩 베일, 엘리자베스 2세의 무도회 드레스 등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왕실 소장품이 전시됐다. 이랜드그룹의 이랜드뮤지엄이 ‘퀸즈 컬렉션’이란 타이틀로 주최한 이 전시엔 한 달간 4만여 명이 다녀갔다.

이랜드뮤지엄이 50만 점에 달하는 방대한 컬렉션을 앞세워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세계적 팝스타들의 소장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의 유니폼, 영국 왕실 보석·의상 등 시대와 국가, 분야를 아우르는 컬렉션을 보유한 덕에 다른 유통사, 지방자치단체 등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매장과 행사장을 찾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한 영향이다. ○돈 벌기 시작한 ‘컬렉션’
11일 이랜드뮤지엄에 따르면 올 들어 유통·레저사, 지자체 등으로부터 협업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비결은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서 모은 희귀 소장품 50만 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약 43만 점,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60만 점과 비교하면 단일 기업 컬렉션으론 이례적인 규모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여섯 번의 챔피언십 우승 때 신은 농구화,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 공연에서 입은 재킷,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노벨 메달 등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이들 소장품은 이랜드그룹이 1990년대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한국도 유럽처럼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선진국이 되면 문화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창업주 박성수 회장의 뜻을 반영했다. 국내외 수장고 세 곳에 보관돼온 이랜드 컬렉션이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유통사들이 대여료를 주고 이랜드그룹 소장품을 빌려 가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유명 선수들의 실착 유니폼을 전시한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연 게 대표적이다. 농구 팬 2만여 명뿐 아니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유명인도 방문하며 전시가 2주간 연장됐다. 이랜드뮤지엄 관계자는 “보통 대관료를 내고 전시하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돈을 줄 테니 컬렉션을 전시해달라’는 요청이 적지 않다”고 했다. ○“마곡에 보이는 수장고 세울 것”

해외에서도 이랜드 컬렉션을 주목하고 있다. MLB 등에 속한 유명 스포츠 구단이 이랜드와 컬렉션을 활용한 다양한 협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전북 익산시 등 지자체도 관광 및 집객효과를 노리고 이랜드 소장품을 빌려 간다. LG헬로비전이 운영하는 뮤지엄엘은 개관전으로 이랜드 컬렉션을 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랜드뮤지엄은 테마파크 계열사 이월드에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영화 속 실제 소품을 전시해 16만여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등 관계사 실적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컬렉션을 중장기적으로 K관광의 핵심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서울 마곡동에 들어설 그룹 연구개발(R&D)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보이는 수장고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