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시스코가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2년간 AI와 보안 기업 7곳을 사들이며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시스코는 지난달 말 AI 보안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로버스트인텔리전스’ 인수를 결정했다. 이르면 6개월, 늦어도 1년 이내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시스코의 목표다.
로버스트인텔리전스는 AI 모델에서 발생하는 보안 문제를 잡아내고 관리하는 기술을 갖춘 기업이다. 시스코는 이 업체가 보유한 기술을 시스코 시큐리티 클라우드에 접목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수한 아머블록스(AI 이메일 보안), 스플렁크(보안), 오르트(보안) 등에서 얻은 기술도 함께 활용하기로 했다.
이 회사가 AI 보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데이터 보안 플랫폼 기업 스플렁크를 280억달러(약 37조원)에 인수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시스코 관계자는 “기존 네트워크 장비 사업만으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힘들다”며 “AI로 예상하지 못한 공격까지 잡아내는 사업뿐 아니라 AI 활용 때 발생하는 보안 문제를 줄여주는 사업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지난 6월 게리 스틸 스플렁크 최고경영자(CEO)를 시스코 글로벌세일즈 전체 총괄로 임명했다. AI 보안 사업을 회사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인사다. 제품군에서도 변화가 읽힌다. 올 1분기엔 AI가 기업의 웹, 이메일, 네트워크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약점을 보완해주는 솔루션인 ‘보안 AI 어시스턴트(조수)’를 선보였다.
시스코 관계자는 “아직은 매출 대부분을 네트워킹 부문이 책임지지만 수년 내 AI로 먹고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AI는 시스코 어디에나 존재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회사의 2024회계연도(지난해 8월~올 7월) 실적이 발표된 다음 날인 지난달 15일엔 주가가 전날보다 6.8% 오른 48.53달러를 기록했다. 현재도 주당 48달러대를 유지 중이다.
시스코는 한국 진출 30년을 맞은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 사업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에 네트워크·보안 장비 등을 공급하는 시스코코리아는 시스코의 주요 글로벌 거점 중 하나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라우터와 스위치 등 통신장비를 파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뒤집고 AI 보안 기업으로서 존재감을 높일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