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1일 17: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방산이 '반짝 호황'에 그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방산제품으로 10년 뒤를 대비해야 합니다."
류영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사진)은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에 연사로 나와 "영업을 위해 유럽 10개국을 돌아본 뒤부터 걱정이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K방산이 지금의 성공에 취하면 미래가 어둡다고도 역설했다. 류 부사장은 "호황을 맞아 공장 라인을 증설했고 인력을 늘렸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불어난 설비·인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집어 보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고정비용 상승으로 회사들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년 뒤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첨단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류 부사장은 "러시아 장교들의 카드 결제액과 결제내역을 분석한 미국의 한 AI 스타트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넉달 전에 전쟁 가능성을 예측했다"며 "AI와 유무인 복합기술, 재사용 우주 발사체 기술 등 첨단 기술을 방위 산업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부사장은 K-방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부 차원의 아낌없는 지원도 요청했다. 류 부사장은 "방산 수출을 위해선 한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국내에서 어떤 부대가 사용하고 있는지 트랙 레코드를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와 군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수출입은행법 개정에 그치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수출금융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류 부사장에 이어 연단에 오른 유태용 LIG넥스원 미래전략부문 신성장실장(전무)도 첨단 K방산을 역설했다. 유 실장은 "미래의 전쟁터에선 AI·로봇이 싸우는 무인전·지능화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LIG넥스원이 AI·무인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7월 미국의 사족보행 로봇 전문기업 고스트로보틱스의 지분 약 60%를 인수했다.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유 실장이 인수 작업을 주도했다. 유 실장은 "고스트로보틱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인 병력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확장성이 뛰어난 플랫폼"이라며 "미국 국방부에 이미 로봇을 공급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미국 방산 시장을 공략하는 교두보 역할도 해낼 것"이라고 했다.
LIG넥스원은 첨단 기술을 가진 방산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2월 800억원 규모의 방산혁신펀드도 조성했다. 유 실장은 "방산혁신펀드는 미래 전장의 핵심 역할을 할 딥테크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펀드"라며 "반도체와 항공우주, 무인 로봇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 실장은 첨단 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미국 등 글로벌 방산 시장을 공략하면 LIG넥스원의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 실장은 "5년 뒤 LIG넥스원의 매출을 올해보다 세 배 이상 끌어 올리고,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도 30%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며 "목표 달성을 위해 M&A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