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김치·와인 강매' 태광 이호진…파기환송심 "제재 정당"

입력 2024-09-11 15:59
수정 2024-09-11 16:03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 일가 소유 회사의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강매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내린 시정명령은 정당하다는 파기환송심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위광화 백승엽 황의동 부장판사)는 이날 이 전 회장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선고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앞서 이 전 회장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2019년 태광 계열사들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수 일가가 100% 보유한 업체 '티시스'에서 생산한 김치를 일반적인 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이고, 마찬가지로 총수 일가가 소유한 '메르뱅'에서 생산한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 기준 없이 매입한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계열사들은 김치를 10㎏당 19만원에 구입해 총 약 95억5000만원어치를 사들였고, 메르뱅 와인은 총 46억원어치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태광 19개 계열사가 이런 식으로 총수 일가에 만들어준 이익이 33억원을 웃돈다고 보고 이 전 회장에게는 시정명령을, 계열사들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이 전 회장과 계열사들은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2월 항소심 재판부는 계열사들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은 정당하지만,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에게 내려진 시정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작년 3월 대법원은 "태광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역할을 하는 이 전 회장은 티시스의 이익·수익 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며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공정위 고발로 태광그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21년 이 전 회장을 불기소하고, 경영기획실장 김모 씨만 재판에 넘겼다. 김 씨는 1심에서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