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민증' 이 중소기업 작품…美에서도 '엄지 척'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입력 2024-09-11 15:06
수정 2024-09-11 15:13

지난 4월 세계은행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위치한 라온시큐어를 찾았다. 세계은행 주요 과제 중에는 개발도상국에 디지털 신분증을 보급하는 사업이 있는데, ‘한 수’ 배우기 위해 국내 보안 중소기업 문을 두드렸다. 세계은행뿐 아니라 유엔과 미국 행정부 등에서도 관련 기술에 관심을 보이면서 라온시큐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서서히 명함을 내밀게 됐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라온시큐어는 국내 대표적인 정보보안·인증 기술 기업이다. 최근에는 세계최초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아이디(DID)로 보안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 모바일 공무원증을 시작으로 모바일 운전면허증·국가보훈등록증이 모두 라온시큐어 기술로 구현됐다. 최근에는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사업까지 수주해 이 분야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11일 만난 이순형 라온시큐어 대표는 “기술 자체만 놓고 보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앞서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각국을 보면 국가 차원 DID를 한 사례가 드물다”며 “선도적으로 우리 정부에 적용을 한 덕분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가릴 것 없이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성과도 나왔다. 지난 7월에는 인도네시아 통합 DID 서비스 프로젝트를 따냈고, 코스타리카 정부 공공 서비스 디지털 지갑 시스템 개발 사업까지 수주했다.

1995년 미래산업에 입사해 사내벤처 보안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정보보안과 인연 맺었다. 이후 이 대표는 2012년 라온시큐어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액티브엑스와 같은 불편한 인증서 대신 즐거운 보안을 해보자는 취지로 이름도 즐겁다는 뜻의 순우리말인 ‘라온’으로 지었다”며 “간편한 생체인증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라온시큐어 기술이 처리 속도와 안정성 면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그는 “기술이 있는 것과 이를 실제 신분증으로 적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를 통한 분산 서버가 특징인데 이를 최적화시키는 과정에서 구현 속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DID 사업이 응용 분야가 다양해 라온시큐어의 미래먹거리로 손색없다고 했다. 그는 “개인 신분 관련 증명서는 이제 모바일로 다 구현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기업 주주총회부터 선거 여론조사와 투표에 이르기까지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저비용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온시큐어의 지난해 매출은 518억원, 영업손실은 16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DID 상업 확장성을 고려하면 2030년 매출 5000억원도 불가능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