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지시냐" 질문에 '침묵'…카카오 경영진, 조용히 법정행

입력 2024-09-11 14:45
수정 2024-09-11 14:46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카오 경영진이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지시를 받았냐는 질문에 침묵을 지킨 채 법정으로 향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 30분 진행하려던 공판 시간을 오후 2시로 변경했다. SM엔터 시세 조정 의혹과 관련한 카카오 경영진 첫 공판으로 김 위원장이 수감된 지 약 한 달 만에 열리게 됐다.

서울남부지법에선 김 위원장뿐 아니라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의 공판이 함께 진행된다.

홍 전 대표는 오후 1시26분쯤 법원 청사에서 '김 위원장 지시로 주식을 매입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강 실장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김 전 대표는 이보다 앞선 오후 1시18분쯤 취재진이 없는 출입구를 이용해 법정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수의 대신 사복 차림으로 오후 1시55분쯤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당초 예정보다 6분 늦은 오후 2시6분 김 위원장 등 4명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위원장의 경우 SM엔터 시세 조종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최대 쟁점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카카오가 경쟁사인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형성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16~17일과 같은 달 27~28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553회에 걸쳐 장내 매수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시세 조종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카카오 계열사들이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는지 여부도 쟁점 중 하나다. 검찰은 SM엔터 시세 조종을 '계열사들이 동원된 조직적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이 그룹 임원들에게 하이브 공개매수를 저지하면서 SM엔터를 인수할 것을 지시했고 임원들이 이에 따라 조직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범행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SM엔터 인수 목적을 숨기고 주식을 장내 매수하면서 공개매수제도도 형해화됐다고 꼬집었다. 공개매수는 기업지배권을 획득·강화하기 위해 장외에서 단기간에 주식을 대량 매수하는 제도다. 공개매수자는 매수 기간과 수량, 가격 등을 공시한 다음 공개매수 방식으로만 주식을 취득해야 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