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질환 치료제는 이미 다국적 제약사나 바이오벤처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약물개발뿐 아니라 시장성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에서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사장은 렉라자의 성공 비결로 시장 전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이 2021년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렉라자는 지난 8월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국산 항암제로서는 최초다.
렉라자가 허가를 받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라는 강자가 선점한 시장이었다. J&J와 유한양행은 '병용요법'으로 승부수를 뒀다. 여러 종류의 약물을 동시 투여해 약효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J&J가 보유한 항체 신약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를 동시 투여하면 타그리소 투여 시보다 이점이 크다는 사실을 임상에서 증명했다. 김 사장은 "병용요법은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도 차차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가 이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도 세웠다. J&J는 기존 5시간 이상 걸리는 투약 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일 수 있는 피하주사(SC) 제형을 개발해 FDA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내년 2월경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해당 제형은 기존 정맥주사(IV)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여 환자의 생존기간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성을 높이면서 약효도 더 좋은 셈이다. 김 사장은 "SC제형이 허가를 받으면 시장 침투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약 산업에서 개발 속도는 곧 매출로 연결된다. 시장성 분석이 중요한 이유다. 김 사장은 "전에 없던 약효를 보이는 혁신 신약은 시장 점유율 70~80%이 가능한 반면 1년씩 개발이 늦어질수록 시장점유율은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특히 김 사장은 약물 기술이전 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함께 개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전 후에도 연구자 임상을 진행하고 약물 개발 근거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등의 과정을 이어나간 것이 FDA 허가를 이끌어내는데 중요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연매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 블록버스터 약물 개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J&J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연매출을 5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김 사장은 "로슈의 허셉틴, 아바스틴 등을 출시된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며 "블록버스터 약물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사례"라고 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2015년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한 물질이다. 임상 개발을 진행하며 2021년 J&J(당시 얀센)에 최대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데 성공했다. 유한양행은 외부에서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취하고 있다. 렉라자는 지난 10여 년간 50개 이상 바이오기업에 투자해 얻은 결실이다.
김 사장은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은 올해에도 R&D 비용으로만 25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유한양행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대부분이 파트너사로부터 기술도입한 물질"이라며 "좋은 후보물질이 싹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 학계와 바이오기업, 제약사 간 선순환을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9월 11일 13시36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