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열린 한 VIP 초대전 이벤트에선 국내 주얼리 브랜드가 행사 한 시간 만에 매출 1억원을 올리는 ‘대히트’를 쳤다. 10여명 남짓 백화점 VIP들이 모여 주얼리를 구경하고 착용해본 뒤 마음에 들면 구매도 하는 체험형 행사였는데, 해외 유명 브랜드가 아닌 국내 브랜드가 VIP 이벤트에서 이정도 매출을 올리는 일은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VIP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이벤트는 다이아몬드 맞춤 서비스다. 고객이 원하는 형태를 설명하면 전문 디자이너가 몽타주를 그리듯 디자인을 하고 견적을 낸다. 다이아몬드 모양과 크기부터 주얼리의 전반적 형태까지 모든 디자인을 고객이 총괄하는 형태다. 이렇게 디자인이 나오면 주얼리 명장이 수작업으로 제품을 만들어 준다.
이 맞춤 주얼리 서비스는 이월드의 파인 주얼리 브랜드 더그레이스런던이 국내 백화점에서 처음 선보였다. 기존에 강남 소규모 보석상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입소문 나 부유층이나 고소득층 사이에서나 각광받던 서비스인데 이를 백화점으로 옮겨온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더그레이스런던은 이 서비스를 통해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 늘어났다. 주얼리 커스텀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32% 늘었다. 작년 8월 백화점 VIP 초대전을 통해 ‘비스포크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맞춤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이후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더그레이스런던은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20회 이상 주얼리 커스텀 서비스를 VIP 초대전을 통해 선보였다. 행사 매출 절반 이상이 다이아몬드 비스포크 서비스에서 나왔다. 고객이 몰린 날에는 전문 디자이너가 종일(8시간 연속) 고객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맞춤형 주얼리 서비스를 대중화시킬 수 있었던 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취급하기 때문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말 그대로 실험실에서 키운 다이아몬드라는 뜻이다. 흑연을 넣고 고압·고열을 가하거나 메탄을 분해해 얻은 탄소를 쌓아 다이아몬드로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만든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화학·광학적 구성이 동일하지만 가격은 최대 70% 이상 저렴하다.
이 때문에 더그레이스런던의 맞춤형 서비스도 한 제품 당 평균 금액이 500만원선으로 합리적인 편이다. 기존 맞춤형 주얼리 제품들이 디자인에 따라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 가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 이 브랜드는 맞춤형 서비스가 백화점 VIP 초대전에서 인기를 끈 만큼 향후 서비스를 전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커스텀 서비스 인기가 높아지자 귀금속 업체들도 잇달아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다이아몬드를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거나 보석에 원하는 문구를 각인해주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랩다이아 커스텀 고객의 대부분이 3캐럿 이상 큰 사이즈 다이아몬드로 제작을 요청한다”며 “제품을 받아 보려면 짧게는 2주, 길게는 3개월까지 소요되는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 의견을 반영해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