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으란 소리냐"…칼 빼든 정부에 '곡소리' 나오는 이유 [이송렬의 우주인]

입력 2024-09-18 12:37
수정 2024-09-18 14:50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전세 대출 규제는 주택임대사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뜻과 같습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42·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주택임대사업자들 대부분은 다주택자로 지난 정부부터 이미 돈줄이 꽉 막혀 있는 상황인데 대출 규제로 남아 있던 숨통까지 끊긴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2분기 가계대출이 19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말보다 13조8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가계신용은 대출과 카드빚으로 구성돼 있는데 가계대출만 살펴보면 1780조원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16조원 불었다. 지난 1분기엔 12조4000억원 늘었는데 이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는 칼을 빼 들었다. 지난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이달 1일로 미루는 대신 가산금리를 기존 0.75%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올려잡아 돈줄을 죄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중은행들은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중단,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제한, 신용대출 한도 연 소득 제한 등의 방안을 쏟아냈다. 돈줄이 조여지면서 주택임대사업자들이 돈을 마련할 방법은 더 어려워졌다.

성창엽 회장은 "이미 문재인 전 정부 집을 여러 가구 보유한 주택임대사업자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대출받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세입자에 대한 대출까지 강화하면서 사실상 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정부 들어서도 다주택자 대출 규제가 지속돼 주택임대사업자들은 신용대출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겨우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다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짚었다.

성 회장은 "가계부채를 억누르는 것을 명목으로 한 대출 규제들이 실수요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며칠 새 정부와 은행도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주택임대사업자들뿐만 아니라 세입자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전세 사기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후 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126% 룰'도 여전히 주택임대사업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에 반환보증이 이용되는 것을 막으려 지난해 5월 가입 요건을 강화했다. 보증 한도를 공시가격의 140%까지만 인정해주고 담보인정비율도 90%로 낮췄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의 126%까지만 반환보증을 받을 수 있는 '126% 룰'이 나오게 됐다.

성 회장은 "숫자만 놓고 본다면 '보증가입 금액을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이 아니냐'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이는 착시"라면서 "해당 규제로 힘들어하는 집주인들은 아파트 집주인들보다는 연립, 다세대, 다가구, 단독 등 비아파트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비아파트는 아파트와 달리 공시가격과 시세의 괴리가 상당히 크다"며 "수도권 시세 1억원 정도의 원룸을 가정하면 이들의 공시가격은 통상 3000만~4000만원에 형성돼 있는데 이들의 공시가격을 126%로 반영한다면 5000만~6000만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실상 이런 가격은 10여 년 전 보증금액보다도 낮은 경우가 일반적이라 보증보험을 가입조차 할 수 없고 시세보다 상당 금액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빌라 포비아'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신규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다수의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에 급격히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런 문제로 보증금 미반환이 증가해 손을 놓고 전세 사기꾼이 돼 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양극화가 지속하면서 내년에 발표할 비아파트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더 하락할 것이 자명하다"며 "공시가격이 내려가면 집주인들은 보유한 주택의 보증가입을 위해 보증금을 더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먼저 시세가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아파트 주택에도 비현실적인 공시가격을 반영할 게 아니라 아파트처럼 KB부동산 시세, 한국부동산원 테크시세, 안심 전세 앱 시세 등 다양한 기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합리적인 주택가격 산정기준을 마련해 비아파트 주택가격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전세 사기가 발생하기 전에도 보수적인 세입자들이 비아파트를 꺼렸던 이유는 아파트와 다르게 시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면 비아파트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신뢰 회복 이후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최소한 전세 보증금은 돌려줄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서울에서 1억원 수준의 원룸을 예로 들면 담보인정비율(LTV) 60%를 적용하고 최우선변제금액 5500만원(서울 기준)을 공제하고 나면 실제로는 수백만원 수준을 대출만 나온다.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들에서 반환을 목적으로 하는 대출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택 수를 기준으로 중과하는 부동산 과세 체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전 정부부터 이어져 온 주택 수 기준 과세 중과는 '똘똘한 한 채'라는 주택시장의 왜곡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과세 기준 가액이라든지, 혹은 또 다른 합리적 기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성창엽 회장은 "이번 정부 들어서 나온 1·10대책, 8·8대책 등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부동산 시장의 모든 문제를 오직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면서 "부적절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개선책 혹은 방지책이 시장 논리를 거슬러 또 다른 왜곡을 낳는다면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등록주택임대사업자와 일반 임대인을 포함한 주택임대인들이 모여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는 건강한 임대차 문화 조성을 위해 2020년 창립한 단체다.

성창엽 회장은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서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서울특별시 주택시장 모니터링단요원,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책자문위원, 경기도 구리시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부산시 사상구 임대주택 분쟁조정위원회 위원도 겸하고 있다. 이전엔 울산시 북구와 동구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을 맡기도 했다.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