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의료 이용은 곧 진료비 지출과 직결된다. 방치하는 경우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중복진료 및 약물처방, 중복 방사선 검사 등과도 연관돼 있어 국민의 건강에도 위해가 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으로 2002년부터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이용 횟수 부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OECD 평균 이용 횟수 5.9회보다 2.7배 높은 15.7회를 기록했다. 2023년 전체 외래진료 이용자 4871만 명에 대한 공단부담금으로 약 35조 원이 지출됐다. 이 중 연간 외래 70회 이상 이용자 144만 명에 대한 공단부담금은 6조4000억원 전체의 18.3%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는 국민의 선택권 보장으로 의료 이용에 제약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 건강에 대한 관심 및 실손 보험 가입 증가 등의 요인이 더해져 필요 이상의 과다 의료이용을 부추기고 있다.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사업은 다빈도 및 다기관 의료이용, 다제약물복용자를 정의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적정 의료 이용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연간 외래 이용 횟수 상위 3%에 해당하는 연 70회 이상 이용자, 일명 ‘의료쇼핑’이라 불리는 동일 질환으로 단기간에 여러 병·의원에서 중복진료를 이용하는 자, 10종 이상의 약을 상시 복용하는 만성질환자 등이 대상이다.
연령대 및 이용 횟수 등으로 관리방식을 차별화해 안내문 발송과 보유질환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 상담을 진행한다. 올바른 의료이용을 지원하고, 의·약사 등 전문가의 약물 점검·조정 및 교육을 통해 올바른 약물 복용을 유도한다. 또한 공단 홈페이지에 생활 속 자가 건강관리 동영상과 의료이용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를 탑재해 의료이용에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병·의원 이용을 유도하는 ‘경증질환 대형병원 이용자 관리 사업’을 시행한다. 일반 병·의원에서 관리가 가능한 당뇨 고지질혈증 고혈압 등 105개 경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을 연 5회 이상 지속적으로 이용한 경우가 대상이다. 가까운 병·의원을 이용하면 약제비 부담을 덜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 대형병원은 중증질환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종별 기능 회복에도 일조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체계의 과다 의료이용·공급에 대한 관리기전 부족에 따른 불필요한 의료남용 방지 및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해 지난 7월 1일부터 연간 365회를 초과하는 외래진료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90%로 상향 적용하는 ‘외래진료 본인부담차등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차등화 적용 가능성이 있는 다빈도 외래이용자를 대상으로 매월 알림톡 또는 안내문을 통해 제도 안내와 본인의 월 누적 외래진료 이용 횟수를 알려준다. 본인부담차등화가 적용되기 전 단계에서 스스로 의료 이용량을 관리할 수 있도록 사전 알림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앞으로 과다 의료이용 대상자 선정기준을 정교화하고 의료이용량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로 사업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