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플립을 사용하면서 태블릿과 이어폰, 워치도 하나둘 갤럭시 기기로 바꾸게 됐습니다. 아이폰16이 나온다고 하지만 이미 삼성 계정으로 기기들을 연동해 사용 중이라 다시 아이폰으로 갈 이유가 딱히 없네요."
아이폰을 사용하다 갤럭시Z플립4로 갈아탔던 20대 직장인 A씨는 아이폰16 공개 전 교체 의향이 있는지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애플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이제 새롭게 빛나다'라는 이름의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했다. 신제품 공개 전만 해도 출고가가 전작보다 비쌀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출고가는 전작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됐다.
한 20대 아이폰 사용자 B씨는 아이폰16 공개 전 "새 모델이 이전 모델보다 더 비싸게 나온다면 굳이 당장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아이폰16 시리즈 출고가는 128GB 기준 기본 모델 799달러(약 125만원), 플러스 모델 899달러(약 135만원)이다. 고성능 모델 프로는 999달러(약 155만원), 프로맥스 모델은 256GB 기준 1199달러(약 190만원)로 정해졌다.
관심을 모았던 인공지능(AI) 기능 탑재의 경우 뒤로 밀릴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일단 다음 달 중 베타(시험) 버전으로 출시된다. 다만 정식 기능은 내년에나 도입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카이앤 드랜스 애플 월드와이드 아이폰 제품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이날 "지금이야말로 고객들이 아이폰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아이폰으로 갈아탈 완벽한 적기"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기존 사용자층에 변동을 불러올 만큼 차별화된 승부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다. 이미 AI 기능을 사용 중인 삼성전자 갤럭시 사용자들의 경우 애플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가 제공하는 기능에 차별화된 장점을 느끼지 못할 수 있는 데다 한국어 서비스도 언제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사상 처음 아이폰 1차 출시국에 한국을 포함한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안팎에선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등 타격을 입자 한국을 1차 출시국에 포함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본다.
국내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플립 모델을 앞세워 아이폰 주 사용자층 1020세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 이들 연령대에선 아이폰 영향력이 크지만 갤럭시Z플립 선호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를 무시할 수만은 없단 얘기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스마트폰 사용자 986명을 조사한 결과 69%는 갤럭시를, 23%는 아이폰을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조사에서 18~29세 156명 가운데 64%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특히 아이폰의 경우 여성 사용자 비중이 크다. 18~29세 여성(75명) 중 아이폰 사용자는 75%에 달했다. 같은 연령대 남성(81명)의 경우 55%만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아이폰이 차별화된 강점을 드러내지 못할 경우 1020에서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아이폰16 구매를 고민 중인 20대 아이폰 사용자 C씨는 "어떤 게 달라졌을지가 가장 궁금하고 중요한 부분이다. 값이 비싼 편이라 실물을 직접 보고 새로 살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애플은 오는 13일 아이폰16 시리즈 사전 주문을 시작하고 이달 20일부터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