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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다음 주부터 6개월간 모든 국경에서 입국자를 검문해 불법 이민과 테러 등 범죄 위험을 차단하기로 했다. 주변국은 독일에서 입국이 거부된 난민 수용을 거부하며 이민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로 유럽연합(EU) 통합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삐 죄는 '獨 국경 통제'…모든 국경서 입국자 검문9일(현지시간) 독일 내무부는 EU에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등과의 육로 국경에 6개월간 국경 통제를 설치해달라는 명령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오는 16일부터 시작된다. 독일은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 등과 3700km에 달하는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낸시 페이저 독일 내무부 장관은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내부 보안을 강화하고 있으며 불법 이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저 장관은 "새로운 유럽 공통의 망명 시스템으로 EU의 외부 국경을 강력하게 보호할 때까지 우리는 국가 국경 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유럽법을 따르며 국경에서 사람들을 돌려보낼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주변국들이 그들을 받아들이는 데 동의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페이저 장관은 "지난해 10월 이후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이 3만명 넘게 거부당했다"며 "(임시 통제는) 불법 이주를 더욱 제한하고 이슬람 테러리즘과 심각한 범죄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독일은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4개국과 맞닿는 국경 지대에서 임시 통제를 이미 시행 중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서부 도시 졸링겐에서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흉기 테러 사건 이후 주요 야당인 기독민주연합(CDU)과 이민 억제 방안을 협의해왔다. 지난달 독일 서부 소도시 졸링겐의 지역축제 행사장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 가해자가 시리아 출신 난민인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또한 이슬람국가(IS)가 흉기 테러 배후라고 주장하며 독일 정치권에서는 난민에 대한 강력한 조처를 마련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독일 내무부와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난민 및 보안 정책에 대한 세부 사항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친척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등 강력한 인도적 이유 없이 본국으로 여행하는 난민의 망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중교통, 축제, 박람회 등에서 칼과 같은 흉기 휴대를 금지하고, 연방 경찰이 기차역을 수색하고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했다. 또한 연방이민난민청(BAMF)은 생체 인식 데이터를 사용해 난민 신청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는 다른 유럽 국가에 등록된 난민의 추방을 원활히 하기 위해 더블린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EU·솅겐에 위기 될까…오스트리아 "난민 못 받아들인다. 여유 없어"이번 국경 강화 조치가 EU 회원국 단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스트리아가 가장 먼저 독일의 국경 조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게르하르트 카르너 오스트리아 내무부 장관은 9일 "오스트리아는 독일에서 거부당한 개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여유가 없다"고 현지 언론 빌트 등에 밝혔다. 에릭 마르콰르트 녹색당 소속 EU 의원은 "국경조치의 이점보다 독일이 유럽과 솅겐 체제에 가할 피해가 더 크다"며 "그들은 국경에서 사람들을 돌려보내는 것이 쉽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설명했다.
EU 27개 회원국 중 25개국이 포함된 유럽 솅겐 지역은 국경을 오갈 때 여권 검사와 같은 국경 통과 절차를 면제, 자유로운 인적, 물적 이동을 보장한다.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은 모두 솅겐 지역 회원국이다. 다만 EU법은 회원국 정부가 보안상의 이유로 임시 국경 검사를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국경통제 조치는 6개월마다 연장될 수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 접수된 망명 신청자는 35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51.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시리아 난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30%가 넘는다. 튀르키예와 아프가니스탄이 뒤를 이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