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산취득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속세제 개편 방향과 일정을 제시한 것은 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유산취득세 전환은 현행 상속세 체계의 틀을 바꾸는 큰 폭의 제도 개편이다. 윤석열 정부 대선 공약인데도 지난 2년간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선 대통령실과 당의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도 유산취득세에 대해선 “중산층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향후 제도 개편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상속세 부담 감소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는 고인의 유산 전체를 ‘하나의 과세 대상’으로 보고,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각자가 상속받은 재산을 ‘개별적인 과세 단위’로 간주한다. 상속세가 10~50% 누진세율로 과세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자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피상속인이 20억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를 자녀 두 명에게 유산으로 남긴 경우 유산세 기준으로는 4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기준의 경우 자녀들이 상속받는 금액(각각 10억원)이 과세표준이 돼 세율은 30%로 내려간다.
다만 과세표준 산정 방법, 상속인별 공제액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세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 부총리도 9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산취득세는 각 상속인이 취득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기에 ‘상속인별 과세표준’ 산정이 핵심”이라며 “우리 민법과 재산분할 관행을 검토하고 실제 분할 결과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상속인별 공제에 대해서는 일괄 공제(5억원)를 폐지할 필요가 있고, 배우자·자녀 등 상속인별 공제를 따로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산취득세 방식의 상속 체계를 운영 중인 독일은 △형제 2만유로 △친자 40만유로 △배우자 50만유로 등 상속인과 가까운 관계일수록 공제 금액이 커진다.야당도 도입 필요성 인정유산취득세 도입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정부는 그동안 개편 방안을 꾸준히 검토해왔다. 2022년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지난해 조세개혁추진단을 설치했다.
당초 지난 7월 발표된 세법 개정안에 유산취득세 도입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실제로 담기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상속세 체계의 틀 자체를 바꾸는 전면적 개혁이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두 달여 만에 향후 방향과 일정이 나오자 대략적인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국회, 언론 등에서 유산취득세 개편을 위한 연구 용역이 끝났는데 왜 추진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며 “앞서 발표한 상속세 개편 추진 결과를 반영해 구체적인 유산취득세 전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에 대해서는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지만, 유산취득세 도입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유산취득세 도입에 힘을 싣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있어 검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상용/허세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