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상 전기료 방치하다 '툭하면 정전' 캘리포니아꼴 날 수도

입력 2024-09-10 17:35
수정 2024-09-11 07:47
이달 하순 나올 전기요금 고지서 때문에 걱정하는 가정이 적잖다. 지난달 사상 최악의 폭염과 열대야로 대다수 가정이 에어컨 사용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료는 한국전력 집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 증가했다. 가구당 평균 전기료는 6만3610원으로 13%(7520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료가 5만~10만원 늘어나는 곳은 75만 가구, 10만원 이상 증가하는 곳은 38만 가구 정도로 잠정 파악됐다.

이 같은 고지서를 받아 들면 속이 상할 수 있지만 오히려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을 감사해야 할 수도 있다. 같은 전기를 썼을 때 주요 국가는 전기료가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한국과 비교해 호주는 1.8배, 일본 프랑스 미국은 2.1~2.5배, 독일은 2.9배나 비싼 전기료를 내야 한다.

외국에 비해 절반 또는 3분의 1에 불과한 전기료는 그냥 싸다는 것보다 비정상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 전기는 2021년 2분기부터 원가 이하에 공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석유와 가스값이 뛰는데도 인위적으로 전기료를 누른 탓이다. 당연히 한전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말까지 3년간 누적된 적자가 41조원에 이른다. 203조원에 달하는 부채 때문에 하루에만 이자로 123억원을 갚아야 한다.

‘부채 덩어리’ 한전을 이대로 두면 발전소 건설 및 송·배전망 확충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막대한 전력이 소요되는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2038년까지 원전 3기 등을 새로 짓기로 했지만 한전이 대규모 투자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툭하면 정전이 발생하는 상황이 한국에서도 일어날까 우려된다. 이를 막으려면 정치권과 정부가 더 이상 물가 핑계 등을 대며 전기료 인상을 억제해선 안 된다. 소비자들도 미래에 대비해 적정 전기료를 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