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유럽연합(EU)이 핵 협정을 부활하기 위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9일(현지시간) ISNA와 EFE통신 등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핵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보렐 대표와 아라그치 장관 간 협정 부활과 관련해 협의가 있었다”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당사자 간 대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 협상 부활은 이달 유엔 총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과의 논의는 기존 합의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협정을 마련하는 성격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기존 협정에서 탈퇴하자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도를 60%까지 높이는 등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켰기 때문이다. 추가 농축 과정을 거치면 이란은 몇 주 내 첫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원료를 얻을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6개국과 이란이 맺은 핵 관련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3년 만에 폐기됐다. 당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일부 동결·축소하는 대신 이란 경제제재를 완화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협상이 애초에 잘못됐다며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추진했으나 재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 7월 취임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JCPOA를 복원해 경제제재를 풀겠다고 공약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2015년 핵 협상 타결의 주역이다.
다만 협상의 가장 큰 변수는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이란 핵 합의가 부활할 가능성이 사라지고 대이란 추가 제재까지 검토될 수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