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차전지 시장 확대 속도 조절할 것…中 견제 목적" [KIW 2024]

입력 2024-09-10 17:32
수정 2024-09-10 17:34


"그동안엔 한국 기업 제품과 대만 기업 제품이 있을 때 미국이 한국 기업 제품을 곧잘 선택했습니다.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봤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미국과 중국간 지정학적 갈등이 각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겁니다."

박정호 명지대 산업대학원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10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의 미국주식 투자전략 세션에서 "미중 갈등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각 산업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중국간 패권다툼 양상이 확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미국은 달러와 국채를 발행하는 식으로 경제적 패권을 유지해왔고, 일본과 중국 등이 미국의 국채를 매입해왔다”며 “하지만 중국은 이같은 달러 패권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안적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주요 분야에서 기술 경쟁과 ‘동맹’ 다툼이 심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산업은 기술 품질만이 아니라 세력 중심으로 전환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이어 “이같은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기업들이 세를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이같은 정세 변화로 대만 기업들이 부상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지금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전처럼 중국의 경제가 부상되는 게 미국에 도움을 주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미국이 잘 알고 있다"며 "중국을 눌러야 되는 형국으로 바뀐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누르기 위해서 힘을 북돋아줘야 될 국가는 대만"이라며 "이때문에 한국 기업의 제품이 미국 기업의 밸류체인 안에 들어가기 위해선 대만 기업 제품보다 훨씬 높은 가격경쟁력과 품질을 갖춰야 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박 교수는 "특히 이차전지 분야는 당장 시장이 커지면 중국에 너무 유리한 상황이라 미국이 관련 산업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설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선한결/이시은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