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쌀·한우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정부가 ‘페널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쌀 재배면적 축소나 한우 감축 사업에 불참하는 농가는 자금 지원을 끊고, 정부 정책사업에서도 배제하겠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열린 민당정 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쌀 수급 안정 대책’과 ‘한우 수급 안정 및 중장기 발전대책’을 발표했다."지자체에 쌀 재배면적 감축치 할당...못 지키면 공공비축매입 배제"정부는 올해 쌀값 안정을 위해 2만㏊의 밥쌀 재배면적에서 생산된 쌀을 사료용 등으로 처분할 계획이다. 2만㏊에서 생산되는 쌀의 양은 약 10만?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하는 쌀 생산량 예측치에 따라 물량을 추가 격리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11월 중순 통계청이 올해 최종 쌀 생산량을 발표하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쌀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자 통상 10월 중순에 발표하던 쌀 수확기 수급 안정 대책을 이례적으로 9월 초에 내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벼 재배면적은 69만7714㏊로 작년보다 약 1만㏊ 줄었지만, 기온과 일조량 모두 벼 생육에 유리했던데다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쌀 소비까지 줄면서 쌀 재고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벼 재배면적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재배면적 신고제’와 ‘지역별 감축 면적 할당’도 검토하기로 했다. 재배면적 신고제는 필지별로 벼 재배면적을 정확히 파악해 농가의 ‘벼 재배 회귀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인 쌀 재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각 농가의 작물 생산 실적에 따라 명확한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최명철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전날 출입기자단과의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벼 재배면적이 2만9000헥타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약 1만㏊만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며 “쌀값 상승을 기대하거나 혹은 영농 편의성 때문에 약 2만㏊가 다시 쌀 재배로 회귀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치를 할당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공공 비축매입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정책자금 지원을 감액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우, 5년 전부터 공급과잉 경보...오히려 수소 정액판매량 늘어"정부는 한우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농협을 통해 암소 1만마리를 추가 감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대적 할인행사와 급식업체의 한우 원료육 납품 지원 등 소비 촉진도 병행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송아지 생산단계부터 사전 경보체계를 마련하고, 생산 과잉이 예상되면 농가와 생산자단체, 지자체가 참여해 증산 억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앞서 한우 공급이 과잉될 것이라 보고 각 농가에 증산 자제를 요청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해 최근의 수급 불안이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2019년부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023~2024년쯤 한우 도매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고,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지자체 등을 통해 각 농가에 전파했지만 2021년 한우 수소 정액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한우 생산자단체인 전국한우협회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축산법 개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간 한우협회는 ‘지속가능한 한우 산업을 위한 지원법안’(한우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한우법은 한우농가에 경영개선자금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한우 등 특정한 축종만을 위해 법을 만들 수는 없다”며 “한우법의 취지를 반영해 전 축종을 아우르는 축산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이어왔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한우법이든 축산법이든 관계없이 농가가 실질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쪽으로 한우협회가 입장을 정리한 것을 안다”고 전했다.
한우 감축 사업에도 페널티가 병행된다. 정부는 암소 감축 사업에 참여한 농가엔 고품질 인공수정 정액에 대한 우선권을 주고, 반대로 불참한 농가엔 고급 정액을 공유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송아지 입식을 늘린 농가는 정부의 정책사업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지원자금을 집행하지 않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