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 보려고 일단 항공권부터 예약했어요." 다음달 유럽 여행을 떠난다는 30대 직장인 임모 씨는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홋스퍼 경기를 함께 볼 동행을 구하고 있다. 유럽 여행과 축구 경기장 직접관람(직관)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임 씨는 "여행, 직관 모두 처음이지만 결혼 전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라 혼자라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여행사의 직관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직접 보고 싶어서다. 김씨는 "처음 가는 유럽이라 항공편과 숙소(에어텔)를 우선 알아봤는데 여행사마다 직관 투어 상품이 있는 걸 알게 됐다"며 "현지 투어상품을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패키지 상품으로 한 번에 예약하는 게 취소할 때도 환불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여행업계가 2030세대를 겨냥한 패키지여행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기존에는 패키지여행이 중장년층 전유물이란 인식이 있었지만 트렌드가 확 바뀌었다. 젊은층의 패키지여행 유입이 늘어난 데다 취향에 맞춘 확실한 콘셉트에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다. 젊은층의 패키지 여행 경험을 높여 재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업계의 마케팅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2024~2025 시즌 EPL이 개막하면서 유럽축구 직관과 유럽여행을 묶은 패키지여행 상품이 2030세대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 홈경기 직관 기회와 주변 국가 여행 일정을 묶은 상품이 인기다.
인터파크트리플이 운영하는 인터파크 투어는 토트넘 직관 상품을 선보였다.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토트넘과 브렌트포드의 경기를 관람하고 런던아이, 대영박물관 등 런던 명소는 물론 옥스포드, 윈저, 브리스톨 등 인근 도시들도 둘러보는 일정이다. 이외에도 첼시, 아스널 등 EPL 인기구단 홈경기 직관 패키지 상품을 판매 중이다.
하나투어 역시 토트넘 직관 상품을 운영 중이다. 런던과 파리 핵심 여행지를 둘러보고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프리미엄 좌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일정이 포함돼있다.
앞서 모두투어는 메이저리그 야구팬을 겨냥한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메이저 리그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뉴욕 메츠 경기 관람과 스타디움 투어, 쿠퍼스 명예의 전당 방문 등 일정으로 야구팬들에게 인기였다. 회사 측은 출시 한 주 만에 완판됐는데 예약자의 80%가 MZ(밀레니얼+Z)세대였다고 설명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역이나 가격이 상품 구매를 결정했다면 최근에는 개인의 여행 스타일과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셉트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2030세대의 패키지여행 경험 확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행이 자신의 취향과 취미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존 패키지 여행 상품은 항공 숙박 현지 입장권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중장년층에게 인기였다. 여행업계는 스포츠 경기 직관, 전문가 동행 투어, 특정 연령층을 겨냥한 패키지 상품으로 젊은층 유입을 이끌어 내고 있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는 지난 9일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2024' 행사에서 "자유여행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주요 고객층이 아니던 2030세대를 겨냥하고 있다"며 "전체 여행객 가운데 3분의 2를 차지하는 자유여행객을 잡기 위해 테마형 상품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패키지 여행 상품 주요 고객을 기존 중장년층에서 젊은층 수요를 이끌어 내는 게 업계의 주요 과제가 됐다"며 "패키지 여행에 대한 좋은 경험이 다음 여행에서, 혹은 10~20년 뒤 나이가 들어서도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겨냥한 상품과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