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금투세 없애 증시 부양…기업 자금조달 쉽도록 만들 것"

입력 2024-09-09 18:15
수정 2024-09-10 01:11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20년 전에도 국내 자본시장의 큰 숙제였는데 아직도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지원해 시중 유동성이 국내 자본시장으로 다시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에서 기조발표를 통해 “2004년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으로 부임해 한국 자본시장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자본시장 제도 개혁에 동참했다”며 “20년 전 얘기한 내용을 지금 이 자리에서 반복한다는 점에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부총리로 있는 동안 기재부를 포함한 정부는 제가 공직 생활에서 미처 못다 한 책임을 완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자본시장 접근성을 개선해 국내 증시에 다시 수급이 들어올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겠다”며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에서 발생한 소득에 포괄적으로 과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3억원 이하 소득은 22%, 3억원 초과 소득에는 27.5%를 매긴다. 최근 야당이 금투세 도입을 강행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어 국내 증시가 얼어붙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고, 기업 성장의 과실을 투자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국내 자본시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생산성 향상 둔화, 저출생 문제 등으로 잠재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고, 주력 산업은 경쟁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며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는 자본시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 증시 상장사의 10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98%로 미국(14.85%)과 영국(9.62%), 일본(8.34%)에 견줘 현저히 낮다. 10년 평균 배당성향 역시 26%로 선진국 평균(49.5%)의 절반 수준이다. 최 부총리는 “이달 밸류업지수를 공개하고 올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발표해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에 투자금이 흘러갈 수 있게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에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 역시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도 확대해 시중 유동성이 자본시장으로 흘러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모험자본 육성 방안도 제시했다. 최 부총리는 “개인투자자 자금으로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업성장 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을 추진하고 올해 80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민관이 합심해 국내 자본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성미/나수지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