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개미'의 힘…2500 겨우 지켰다

입력 2024-09-09 17:45
수정 2024-09-10 00:34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흔들리던 국내 증시가 가까스로 2500선을 지켰다. 뉴욕증시가 고용지표 불안에 급락하자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냈지만 개인이 이를 받아냈다. 다만 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지수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두 달 연속 급락장 떠받친 개인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3%(8.35포인트) 하락한 2535.93에 마감했다. 지난 6일 미국 나스닥지수(-2.55%)와 S&P500지수(-1.73%)가 급락한 뒤 첫 국내 증시 개장일인 점을 감안하면 하락폭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지난주에만 4.9% 떨어진 코스피지수는 이날 개장 직후 2500선이 무너지며 2491.3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곧바로 반등을 시작해 이후 2500 위에서 줄곧 거래되며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증시 움직임과 심리를 고려하면 ‘2차 블랙먼데이’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방어에 성공했다”며 “2500이 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를 떠받친 것은 개인투자자였다. 9월 들어 2조4319억원어치를 투매한 외국인들은 이날도 53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이날 개인은 5579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지수 하락을 막았다. 개인은 연일 시장이 흔들리던 이달 들어 4조원 넘게 ‘사자’에 나서 증시를 지탱하고 있다. 9월 합계 1조7720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한 기관투자가는 이날도 492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달 급락장(8월 2~9일)에서 5조546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반등을 이끈 개인투자자들이 시장 불확실성을 그나마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어려운 시장을 개미의 힘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저평가…반등 시도할 것”다만 외국인이 마음을 돌리지 않으면 전체적인 증시 하락 추세가 바뀌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22조798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은 하반기 3조1227억원어치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지난 7월 11일 고점(2896.43)을 찍고 12.4% 하락했다.

특히 코스피 내 비중이 큰 반도체의 수급이 지수 반등 분수령으로 지목된다. 이날 외국인은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업종을 5667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전체 순매도 규모(5318억원)를 감안하면 전기전자를 제외한 업종에서는 순매수했다는 의미다. 하반기 들어 외국인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매도액은 각각 1조2881억원, 3조4568억원에 달한다. 합치면 5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반도체주 부진 속에 낙폭과대주에 수급이 몰리는 모습이다. 고점 대비 29.25% 하락한 삼양식품은 이날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8.09% 급등한 5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월 20만원대를 넘어섰다가 30% 넘게 떨어진 아모레퍼시픽도 이날 6.42% 오르며 13만9300원에 마감했다.

시총 상위주 중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1.14%), 현대차(0.88%), 기아(0.8%) 등 낙폭이 크던 종목이 선방했다. 반면 최근 밸류업 테마로 급등한 보험과 은행주는 약세를 보였다. KRX보험지수는 2.44%, KRX은행지수는 1.53%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주가 저평가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와 함께 반도체는 실적으로 보나 주가로 보나 낙폭과대 업종”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한신/배태웅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