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한 유골을 나무 밑에 묻는 수목장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관련 시설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목장은 매장과 납골 봉안당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친환경적인 장례방식임에도 장례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지역주민들이 ‘수목장림’ 조성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나서 수목장에 대한 주민 인식을 개선하고, 국공립 수목장림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 명 중 네 명이 ‘수목장 해달라’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률(사망자 대비 화장자 비율)은 92.5%로 2014년 79.2%에 비해 13.3%포인트 올랐다. 전통적 매장 문화가 10년 새 화장으로 대부분 전환한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화장 후 유골 봉안 방식은 자연장이다. 나무 밑에 묻거나 유골을 뿌리는 방식이다. 화초 혹은 잔디에 뿌리는 화초장, 잔디장 등이 최근 10년 새 인기를 얻고 있다. 후손에게 묘지 관리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고,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여파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화장 후 대부분의 유골은 납골당으로 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민들은 화장 후 유골 처리 방식으로 수목장(41.6%)을 가장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납골당 봉안(35.3%), 산분(23.0%) 순이었다. 그렇지만 2020년 기준 산분을 포함한 자연장지 이용률은 24.5%에 그치고 있다.
자연장을 원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수목장림 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엔 국공립 수목장림이 세종, 경기 의왕·양평, 인천, 충남 보령, 다섯 곳뿐이다. 이런 공설 수목장림의 봉안 능력은 73만4626구로 대부분의 시설이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2009년 개장한 경기 양평군 하늘숲추모원에는 현재 6315그루 가족 수목 전체가 꽉 차 추가 안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혐오시설’ 반대국공립 수목장림의 빈틈은 전국 127곳의 사설 업체가 메우고 있지만 비용 차이가 크다. 국립(양평 추모공원) 수목장림의 가족목 한 그루 분양 비용은 200만원인 데 비해 사설 수목장은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에 이른다. 나무 앞 안치단을 고급으로 사용하고, 접근도로와 나무 관리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양평군민인 50대 김모씨는 “지난해 부친상을 치러 양평 수목장림을 이용하려 했으나 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 앞마당에 유골을 모셨다”고 했다.
국공립은 물론 민간 수목장림 신설도 번번이 지역주민 반대에 가로막히고 있다. 지난 5월 춘천에선 한 기업이 수목장을 짓기 위한 재단법인 설립 허가를 강원도청에 신청하자 주민들이 ‘인구 유입이 끊기고 취수원이 오염된다’는 이유로 시위에 나섰다. 결국 해당 기업은 신청을 취하했다. 2021년에는 경기 남양주의 한 종교단체가 건립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마을과 가깝고, 식수에도 영향이 있다며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대 명분은 과도한 우려라고 꼬집었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보통 수목장을 하면 목함이나 도기에 분골을 넣어 매장하고, 유골이 뿌려지더라도 나무가 심어져 있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수목장림을 지역 관광지로 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2022년 충남 보령시엔 100㏊ 국유지에 29㏊ 규모로 국립수목장림 ‘기억의 숲’이 조성됐다. 보령시가 ‘힐링 여행’과 문화공연을 연계해 작년에만 약 2만 명이 방문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수목장림은 공원 형태로 설계돼 자연 친화적”이라며 “주민들 일상에 녹아들 수 있고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설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다빈/정희원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