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재탕하고 싶지 않았다"…류승완의 자신감 '베테랑2' [종합]

입력 2024-09-09 17:58
수정 2024-09-09 18:04

"극장용 영화의 속편을 만든 것은 처음인데 성공을 재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9년 만에 '베테랑'을 잇는 두 번째 시리즈를 내놨다. 그는 "서도철이라는 인물과 세계관을 아낀다면 다른 모험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황정민과 제작진들이 제 무리수에 동의해 줬기에 자본도 설득할 수 있었다"고 9일 밝혔다.

'베테랑2'는 이날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전작으로 누적 관객 수 1341만명이라는 흥행을 거두며 상업적 성공을 거뒀으나 '베테랑2'는 결을 달리했다.

영화는 가족들도 못 챙기며 범죄자들과 싸우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사건 가해자들을 처단하는 '해치'라는 인물을 쫓으면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이 합류하고,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른다.


'베테랑2'는 경찰 서도철의 직업정신과 인간 서도철의 진정성, 치열한 고민까지 조명하며 진화했다. 황정민은 이 작품에 대해 "1편이 밀크 초콜릿이라면 2편은 다크 초콜릿"이라며 "보는 느낌이 다르지만 2편이 집중도가 높아 제 마음에 더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황정민은 "1편이 잘 되어서 2편이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다"며 "저는 늘 서도철을 마음 한켠에 두고 있었다"고 애정을 전했다. 아울러 "2편을 꼭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라며 "관객들이 '오래 걸린 작품이네'라고 생각하기보다 '얼마 전에 본 것 같은데 또 2편이 나왔네'라는 느낌을 받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관객들에게 1편, 2편이 거의 똑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며 "저는 늙지만 서도철은 늙지 않고 그대로 있는 인물이다. 내 주변에 정의로운 사람으로 두고 싶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3편을 하게 된다면 욕은 좀 줄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류 감독은 알고리즘에 의해 정보가 제공되거나 차단되는 사회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야기를 써 내렸다. 일부 사건들은 현실의 사건들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는 2020년 '모가디슈' 촬영 후 '베테랑2'를 쓰기 시작했다며 "공교롭게 일부 사건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정말 우연이 겹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보기 전엔 '빌런이 누구야'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영화를 보고 나면 빌런이 누군지 보다 그 행위와 여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이면을 보지 못하고 유튜브로 대표되는 온라인상 정보만을 가지고 순간 분노하고 판단하고, 다른 이슈가 생기면 또 넘어가고, 개인이 내린 판결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개인과 사회는 계속 굴러가고 있다. 이게 잘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선과 악의 대결보다 정의와 신념이 충돌하는 방향으로 '베테랑2'를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관객들이 영화를 본 후 속 시원한 해답보다는 토론할 거리를 가지고 나가길 바랐다"며 "명확한 답보다는 호기심을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전작에서 '조태오'(유아인)라는 걸출한 빌런이 있었다면 '베테랑2'엔 정해인이 있다. 그는 UFC 경찰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고도의 무술 실력을 갖춘 경찰이지만 사적 제재를 하는 '해치'라는 비밀을 갖고 있다. 류 감독의 설명처럼 영화는 빌런이 누구인지 중요치 않도록 처음부터 정해인이 빌런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출발한다.

정해인은 "감독님의 말처럼 신념과 정의의 싸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며 "액션이 많아 육체적인 피로도가 컸지만, 그보다 힘들었던 부분은 제가 박선우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편이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합류하는 데 걱정은 좀 있었으나 대본을 보며 전편을 넘을 빌런이 되어야겠다 혹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부담감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류 감독은 정해인에 대해 "엄청난 훈련이 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조태오와는 애초에 출발이 다른 인물"이라며 "신뢰감 있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제가 참여했던 '시동'이란 영화에서 정해인이 가진 신뢰감을 봤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젊은데도 묵직한 느낌이고 차분하고 편견이 없더라. 있는 그대로 흡수하려 하고 현장 융화력도 좋다"고 칭찬했다. 스크린 위 정해인은 눈 클로즈업 장면이 자주 나온다. 류 감독은 "같은 눈인데 텅 비어있는 것 같다가도 어떤 때는 선량해 보이더라"라며 "굉장히 여러 눈을 가지고 있다. 정해인 배우와 함께하는 것은 큰 복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후 입국한 류 감독은 현장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할리우드 파업 때문에 '밀수' 상영할 때 분위기가 처져 있었는데 이번엔 활기차 있더라. '베테랑2'에 대해 유머 코드가 활발한 영화로 인지해 줬다"고 말했다. 또 "'러셀웨폰'을 처음 볼 때 느낀 감정이라는 반응에 감동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경찰 영화 시리즈를 언급해 줘서 영광스러웠다"고 했다.

류 감독은 "서도철=황정민"이라며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없었으면 '베테랑' 시리즈는 출발 자체가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없어도 되는데 황정민은 없으면 안 되는 시리즈다. 보증 잘못 서서 권리를 빼앗긴 것 같다"고 농담했다.

그는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진화하지만, 퇴화하기도 한다. 은연중에 '힘들다'는 대사가 계속 나오는데 황정민 선배가 연기를 하며 나온 말들이다. 연출하는 저의 상태와도 맞물려 있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마지막에 서도철이 아들에게 하는 말 한마디가 중요했다. 이 영화는 서민 영웅 서도철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은 얼마나 값지고 고귀한 거라는 걸 다루고 싶었다. 인간 황정민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베테랑2'는 오는 13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