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부터의 시적 탈출을 꿈꾸며 스릴 넘치는 낯선 세계를 보여주는 게 내 예술의 목표다.“(필립 드쿠플레)
프랑스 출신 세계적 연출가 필립 드쿠플레의 공연 ‘샤잠!’(사진)이 25년 만에 한국에 온다. 오는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선보일 ‘샤잠!’은 1998년 초연 이후 세계 주요 극장에서 200회 넘게 공연해온 명작이다. ‘샤잠!’은 칸 영화제 50주년을 기념해 창작된 작품이며 1999년 예술의전당에서도 한 차례 공연된 바 있다. 모방할 수 없는 독창성과 기발한 상상력이 특징이다.
연출가 드쿠플레는 춤, 연극, 서커스, 마임, 비디오, 영화, 그래픽, 건축, 패션 등을 뒤섞는 화려한 비주얼과 멀티미디어 효과로 무용의 미래를 끝없이 탐구해온 인물이다. 그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 예술감독이자 ‘태양의 서커스’, 파리 3대 카바레 중 하나인 ‘크레이지 호스’의 쇼 ‘욕망’을 연출했다. 알베르빌 올림픽 개막은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개막식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2014년과 2016년 내한 공연 ‘파노라마’와 ‘콘택트’를 올려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에르메스코리아 홈 컬렉션에서 ‘에르메스 퍼레이드’를 선보이며 왕성한 창의성을 입증했다.
샤잠이란 마법의 주문으로 알려진 말로, 이번 공연에서도 마법과 같은 무대가 펼쳐진다. 샤잠의 마법은 공연장 로비에서부터 시작된다. 커다란 털모자를 쓰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지휘봉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펼치고 라이브 밴드가 그들을 뒤따라간다.
행진을 따라 객석으로 들어선 관객들은 드쿠플레가 창조한 ‘기묘한 세계’에 이른다.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거울, 액자, 영상을 활용한 다양한 시각효과가 어우러지면서 관객들은 실재와 가상이 혼재된 순간과 조우한다. 이렇게 실재와 가상의 벽을 허무는 시각적 실험은 칸 영화제를 위해 제작한 공연의 의도를 드러내는 영화적 장치이기도 하다.
이번 ‘샤잠!’은 드쿠플레가 무용단 창단 35주년을 기념해 올린 리뉴얼 버전(2021년)이다. 그는 1997년 초연에 함께한 무용수와 연주자들을 다시 불러 모아 새로운 의미를 더해 작품을 동시대의 감각에 맞게 재탄생시켰다. 이 버전의 공연은 파리 라 빌레트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을 돌며 걸작의 귀환을 알렸다.
드쿠플레는 “새로운 버전에서 20여 년 전의 작품 영상과 중년을 훌쩍 넘긴 무용수의 실제 움직임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순간의 예술인 무용을 오래도록 보존하고 싶은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샤잠!’은 스펀지처럼 습득해온 다양한 장르를 연출가의 방식대로 과감히 섞어 창조한 작품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