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화가의 초현실주의 그림’은 2020년대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종류다. 2022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제목이 여성 초현실주의 화가 레오노라 캐링턴의 작품에서 따온 ‘꿈의 우유’였던 게 단적인 예다. 당시 베네치아비엔날레는 캐링턴을 비롯한 여성 초현실주의 화가들을 세계인들에게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남성 초현실주의자들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이 다소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 세계가 얼마나 환상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지 알게 됐다.
지금 가장 ‘핫한’ 여성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화손해보험 한남사옥에서 열리고 있다. 성수동으로 이전하기 전 디뮤지엄이 위치했던 건물이다. 프리다 칼로, 레오노라 캐링턴, 레메디오스 바로, 브리짓 베이트 티체노르, 마리아 이즈키에르도, 소피아 바시, 엘리스 라혼 등 작가 7명의 걸작 16점이 이 전시에 나왔다. 프리다 칼로를 제외한 나머지 작가들의 작품이 한국에서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더비의 기획으로 마련된, 그야말로 ‘역대급’ 전시다.
프리다 칼로의 익숙한 유화는 없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다른 작품 하나하나가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즈키에르도는 멕시코 거장인데, 그의 작품은 1970년대부터 ‘국보급’으로 분류돼 멕시코 밖으로 반출이 금지됐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1946년작)은 그전에 외국으로 나온 작품이다. 캐링턴은 지난 5월 다른 작품이 소더비 경매에서 386억원에 작가 최고가를 쓰며 주목받기도 했다. 그만큼 작품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다시 한국에서 볼 기약이 없는 작품들이 걸린,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입장료도 무료. 유일한 아쉬움은 전시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오는 14일까지만 볼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