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가 누그러지고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성큼 다가온 가을, 알록달록 단풍만큼 다채로운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가을 내음 담뿍 담은 축제와 함께 계절의 한복판으로 떠나보자.
첫 번째 도시는 백제의 마지막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인 부여다. 눈부신 백제의 문화가 2024년 부여에서 재현된다.
제70회 백제문화제1955년 개최된 제1회 백제대제를 시작으로 올해 70주년을 맞은 백제문화제. 찬란하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백제의 문화를 현대에 계승하는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축제다.
올해는 ‘아름다운 백제, 빛나는 사비’를 테마로 7개 분야 총 40여 개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찾아간다. 메인 프로그램으로 백제문화제를 주제로 한 뮤지컬, 야간 퍼레이드, 계백장군과 오천결사대 출정식, 역사관 전시 등을 만날 수 있고, 전통주 체험부터 포토존, 미디어아트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주 행사장인 백제문화단지를 함께 둘러보길 추천한다. 100만 평 규모의 역사테마파크로, 백제 왕궁이 사비궁을 과거 삼국 시대 모습 그대로 재현했다. 백제시대 유적·유물은 물론 1500년 전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다.
INFO
9.28(토)~10.6(일)
충남 부여군 일원(백제문화단지·구드래·정림사지) 부여에서 어디 갈까?
궁남지
선화공주와 결혼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궁남지. 호젓한 연못을 휘감은 버드나무와 싱그러운 연잎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인공정원으로, 백제의 노자공이 일본에 건너가 조경기술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올 정도로 백 제인들의 미감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궁남지는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다. 천만 송이 연꽃이 궁남지를 수놓는 7월이면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리고, 10~11월에는 다양한 작품으로 꾸며진 국화축제가 열려 낭만을 더한다.
무량사
만수산 자락에 둥지를 튼 천년고찰로, 신라 문무왕 때 범일국사가 창건했다. ‘시간도 지혜도 세지 않는 무량의 도를 닦는 곳’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풍스러운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금오신화>의 저술자이자 평생을 은둔한 천재 시인 매월당 김시습이 말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사천왕문에 서면 보물로 지정된 무량사 극락전과 오층 석탑, 석등이 일렬로 늘어서 장관을 연출한다. 극락전 내에는 동양 최대의 불좌상인 아미타여래삼존상이 봉안돼 있다.
부소산성
찬란했던 백제의 흥망성쇠를 부소산성이 모두 지켜봤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인 부소산성은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인 사비 도성의 일환이다. 부소산에는 낙화암, 반월루, 궁녀사, 고란사, 영일루 등 백제의 유적이 다수 자리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오는 6일부터 29일까지 부소산성과 관북리유적에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사비연희’가 펼쳐진다. 한반도 교류의 중심지이자 문화적 번영을 이뤘던 사비 백제를 미디어아트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다.
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