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액이 출시 반년 만에 7조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급증한 신청액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 완화도 미뤄지고 있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시흥덕구)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작한 1월 29일부터 7월30일까지 6개월 동안 2만8541건이 신청됐다. 액수로는 7조2252억원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 대출)에 연 1~3%대 저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입·전세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대상 주택은 가격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다.
전체 신청 가운데 주택 구입자금 대출(디딤돌) 신청은 1만9196건, 5조4319억원 규모다. 이중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기 위한 대환용 구입자금 대출은 45%(2조4538억원)를 차지했다. 출시 초기 대환 용도가 70%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점차 구매 용도 자금 활용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보면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을 받은 가구의 31%(4195건)가 경기도에 집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디딤돌 대출 실행금액은 34.6%(1조2247억원)를 차지했다. 이어 인천이 디딤돌 대출 신청 1041건(7.7%), 서울 1033건(7.7%) 순이었다.
같은 기간 전세자금 대출(버팀목)은 9345건, 1조7933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전세자금 대출 가운데 대환 비중은 41%(7409억원)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올해 4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2억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6월에는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출산한 가구에 대해선 2억50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올해 3분기 중으로 소득 기준을 완화할 방침이었지만, 3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현재도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상세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올해 안에는 발표한 대로 소득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한 가운데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신생아 특례대출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출산 등 인구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충돌하는 양상을 빚자 국토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지난 6일 KTV에 출연해 "(주택) 수요와 공급 두 측면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가수요 관리, 정책 모기지에 대해서도 추가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