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대 핵심 규제개혁 과제를 선정하고 규제 혁파에 ‘올인’하기로 했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규제를 제거해야만 잠재성장률(2.0%)을 웃도는 경제 성장을 달성하고 민간 부문이 주도하는 역동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공부문의 몸집도 지속적으로 줄여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다.
임기 내 규제개혁 ‘올인’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22대 국회에서 입법이 시급한 10대 핵심 규제개혁 과제를 확정했다. 21대 국회에서 추진했으나 무산된 산업단지 입지 규제 해소, 외국인 고용규제 해소와 함께 △환경영향평가 규제 합리화 △각종 부담금 폐지·감면 △규제샌드박스 제도 개선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 △단말기유통법 규제 개선 △육아휴직 기간 등 확대 △선량한 소상공인 보호 위한 규제 개선 △농촌체류형쉼터 제도 개선이 포함됐다.
10대 핵심 과제를 통과시키기 위해 개정이 필요한 법률안은 유통산업발전법, 산업입지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42개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주요 대형마트 영업휴무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골목상권 타격이 크다는 더불어민주당 반발에 발목이 잡혔다.
산업입지법은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업종 변경 및 토지용도 전환 등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작년 9월 발의됐다. 외국인고용법은 유학(D-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학생이 근로자로 취업할 수 있도록 E-9 비자 발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조실은 10대 핵심 과제를 비롯해 총 342개 규제혁신 법안 통과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21대 국회 때 발의됐지만 무산돼 재추진하는 법안이 165개, 신규 발의 법안이 177개다.
정부는 작은 정부와 규제개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조직 효율화가 전제돼야만 규제개혁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역동경제는 관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조실이 핵심 10개 규제개혁 과제 중 경제 활성화 분야에서만 절반인 5개를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규제개혁 벤치마킹매년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서 정부 효율성 부문은 올해 60여 개국 중 39위다. 종합순위(20위)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 순위(23위)보다도 밑이다. 특히 정부 효율성 부문에서 제도 여건 측면의 지표인 ‘관료주의’는 최하위권인 54위에 그쳤다. 이마저도 전년도(60위)에서 개선된 것이다. 공무원 수 증가→조직 비효율 초래→관료주의 강화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사회에선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역점 추진한 작은 정부 기조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무원 수를 줄였다. 국가공무원을 전년 대비 1만 명 이상 감축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정부 몸집을 줄였다.
이와 함께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도 신설해 역대 정부 중 최초로 규제개혁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김대중 정부가 내세운 작은 정부 기조를 통해 외환위기를 조기 졸업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이번에도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통해 당면한 경제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