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유료방송, OTT서비스 강화

입력 2024-09-08 09:30
수정 2024-09-09 16:02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유료방송 사업자가 이달 초 앞다퉈 내놓은 새로운 요금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TV와 인터넷 결합상품에 원하는 OTT를 더하면 최대 1만1000원을 할인해주는 요금제가 등장했다. 일종의 경쟁 상대인 OTT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이례적인 시도다. 하나의 요금제로 실시간 채널과 20만여 편의 주문형비디오(VOD)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OTT식’ 요금제도 나왔다. ○“OTT 골라보세요” 파격 요금제KT스카이라이프가 지난 2일 출시한 OTT 선택형 상품인 ‘스카이 올&OTT’는 그동안 유료 방송업계에선 좀처럼 시도되지 않던 유형이다. 이 상품은 TV와 인터넷 결합 이용자가 OTT를 선택하면 할인 혜택을 준다. OTT는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왓챠, 유튜브 프리미엄, 레드플릭스 등 여섯 가지 중 고르면 된다. OTT마다 할인 가격이 다르다. 이때 고르는 OTT는 약정 기간을 두지 않는 게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흥행 콘텐츠에 따라 이용자 수가 급변하는 OTT 특성을 고려했다”며 “매달 원하는 OTT를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 형태”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디즈니플러스에서 ‘폭군’을 보고 싶은 이용자는 TV와 인터넷, 디즈니플러스 스탠더드 요금제를 월 2만75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를 별도로 구독했을 때 총금액보다 1만1000원을 할인받는 셈이다. 그러다 12월에 ‘오징어게임 시즌2’ 시청을 위해 넷플릭스(광고형 스탠더드 요금제)로 OTT만 변경해도 된다. 요금은 월 2만3300원으로, 따로 구독했을 때보다 1만800원을 아낄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고르면 3개월 무료 이용 혜택도 제공한다.

유료 방송업계에선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유료 방송 가입자 이탈이 심화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OTT 확산이기 때문이다. OTT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유료 방송업계에선 가입자 정체, VOD 매출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KT스카이라이프가 OTT를 끌어안은 상품을 선보인 것은 예상 밖의 일일 수밖에 없다.

김의현 KT스카이라이프 영업총괄은 “유료방송사업자가 이용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며 “OTT 친화적 플랫폼으로 시장에 자리 잡아 ‘원하는 OTT를 할인받으며 볼 수 있는 곳’이 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코드 셰이빙 징후…변신 계속SK브로드밴드도 같은 날 새로운 요금제 ‘B tv 올 플러스(B tv All+)’를 선보였다. 영화, 아동용 콘텐츠, 다큐멘터리 등 장르별로 나뉘어 있던 17종 월정액 상품과 ‘B tv+’ 요금제를 결합했다. 최신 영화를 제외한 대부분 VOD의 시청이 가능하다. 셋톱박스 하나에 최대 네 대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요금제는 실시간 채널 257개를 볼 수 있는 상품과 236개를 시청할 수 있는 상품 2종으로 구성됐다. 인터넷과 인터넷 TV(IPTV)를 결합해 3년 약정 계약을 기준으로 월 요금은 각각 2만2000원, 2만900원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IPTV 업체가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OTT 방식의 요금제를 내놓은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시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IPTV,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SO) 등 유료 방송을 해지하는 ‘코드 커팅’의 사전 단계인 ‘코드 셰이빙’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코드 셰이빙은 사용하는 유료 방송에서 VOD 이용 등 관련 소비를 줄이는 것을 일컫는다. 지난해 IPTV VOD 매출은 4721억원으로 2022년보다 20% 줄었다.

최근 10년을 통틀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