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일 비실비실한 분위기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쏟아지며 주요 종목 주가가 속절없이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증시가 ‘시간과의 싸움’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 내 최저’ 찍은 KRX반도체
6일 코스피지수는 31.22포인트(1.21%) 하락해 2544.28에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내리막을 타 2550선 밑으로 밀렸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8.69포인트(2.58%) 빠진 706.59였다. 코스닥 내 업종지수 전부가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주가 일제히 약세를 탄 영향이 컸다. 이날 KRX반도체는 2% 빠져 3213.85로 밀렸다. 6개월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6~7월 4700선을 넘긴 것에 비하면 30% 이상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0.14% 내린 6만8900원에, SK하이닉스는 1.88% 하락한 15만6400원에 장을 마쳤다.
반도체주는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몰리고 있다. 지난달 6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2조1805억원어치를 덜어냈다. SK하이닉스는 2위로 6294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외국인들은 한미반도체(1860억원어치), HPSP(339억원어치), 피에스케이홀딩스(184억원어치) 등도 순매도했다. ○금투세·거시·연휴 불확실…변동성↑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인공지능(AI) 투자 고점 논란이 겹쳐 외국인들의 국내 반도체 업체 투자심리가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글로벌 경기에 가장 민감한 국가 중 하나”라며 “이 때문에 미국 등의 경기 둔화 우려가 부상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를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도체 기업들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 주가가 약세인 점도 국내 반도체 대형주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5거래일간 11.5% 하락했다.
국내 증시 수급이 얇아진 점도 하방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우려, 거시경제 불확실성, 추석 연휴 전 관망세 등으로 외국인들이 던지는 물량을 받아줄 개인이 줄었다는 얘기다. 한 대형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고액 자산가 고객 중 절대다수는 금투세 도입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국내 증시 신규 투자를 보류한 상태”라며 “이 때문에 외국인 매물을 개인이 받아주지 못하면서 주요 종목이 가격 지지가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추세적 반등 쉽지 않아전문가들은 단기간 내에 국내 증시가 뚜렷한 추세적 반등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수급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금투세 도입 우려와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이 빠르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증시에 영향을 줄 주요 지표·발표가 여럿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강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이, 20일엔 일본은행(BOJ) 금융정책회의가 예정돼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 자체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도체와는 상관관계가 낮은 테마, 업종을 대안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황성진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하반기에도 여전히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있다”며 “금융, 자동차, 지주 등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류은혁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