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 양자컴퓨팅과 차세대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했다. 중국의 기술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번 수출 통제 새 규정에서 미국에 준하는 수출 통제 체제를 갖춘 국가들에는 미국의 허가 없이 미국 기술이 포함된 각종 기술·장비·부품 등을 수출할 수 있는 면제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면제 제도 적용 국가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5일(현지시간) 양자컴퓨팅과 첨단 반도체 제조 등 주요 최첨단 기술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임시 최종규칙(IFR)을 발표했다.
양자컴퓨팅에 관해서는 양자 컴퓨터, 장비, 부품, 재료,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 등을 중국 러시아 북한 이라크 베트남 등으로 수출하는 것을 통제하기로 했다.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과 초정밀 부품 등을 생산할 수 있는 3차원(3D) 프린팅 기술도 통제 대상에 넣었다.
현 바이든 정부는 특정 회사 대신 규칙을 정해서 동맹과 함께 공동으로 수출 통제를 하는 포괄적 방식을 택했다. 중국의 군사능력과 정보력이 강화되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사이버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22년 중국의 고성능 컴퓨팅 능력 강화를 막기 위해 최첨단 반도체, 슈퍼컴퓨터 등 전반의 대대적 통제를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통제 그물망을 보다 치밀하게 만든 것이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산업안보차관은 “동맹과 함께 국제적으로 수출 통제 공조를 이룬다면 적들이 이런 기술을 개발해 우리의 집단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도 이날 초정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생산하는 자국 기업 ASML의 심자외선 노광장비 수출을 직접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발표에서 미국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라 하더라도 미국의 허가 없이 해당 국가로 수출할 수 있는 ‘수출통제 시행국(IEC)’ 제도를 도입했다.
통제 품목별로 허가 면제 대상국이 제각각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제작할 때 쓰는 GAA 공정 기술은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미국에는 허가 없이 수출이 가능하지만 일본에 수출할 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GAA에 필요한 건식식각용 장비를 일본에 수출할 때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 면제 대상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의 현재 법령이 미국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최혜국 대우를 받는 데서 제외됐을 뿐”이라며 “대외무역법 시행령 개정이 오는 10월 마무리되면 미국과 협의해 면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신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경제·무역·과학·기술 문제를 정치화·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정영효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