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더 막장이니까.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몇 년 사이 대세로 떠오른 이혼 콘텐츠다. 예능도, 드라마도 모두 '이혼'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혼 콘텐츠를 제작했고, 본인도 이혼 콘텐츠 마니아라고 밝힌 한 연출자는 "우리가 모두 누군가의 가족 아니냐"며 "이혼은 그런 가족이 헤어지는 문제이니 모두가 공감하고, 각자의 편에 서서 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몰입을 유발한다"고 인기를 분석했다.
지난 7월 12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는 2024 파리올림픽 결방에도 불구하고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굳건한 시청률로 매회 화제를 모았다. 최고 시청률 17.7%(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을 기록하면서 종영 전에 시청률 20%의 벽을 넘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굿파트너' 뿐 아니라 SBS 간판 예능 중 하나인 '신발벗고 돌싱포맨'도 이혼을 내세운 예능 콘텐츠다. SBS 외에도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채널A '탐정들의 영업비밀', TV조선 '이제 혼자다', JTBC '이혼숙려캠프',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돌싱글즈' 등 방송사마다 이혼 콘텐츠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부부의 갈등과 이혼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불륜'은 "자극적"이라는 비판에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이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충격을 주는 동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애로부부' 제작진이 올해 1월 선보인 파일럿 방송 이후 지난 4월 정규 편성된 '탐정들의 영업비밀'은 음지에서 양지로 떠오른 직업 탐정들의 실제 사례를 살펴보는 콘셉트다. 탐정사무소 의뢰인들의 기막힌 인생사에 초점을 맞추는데, 배우자의 기상천외한 불륜 이야기는 단골 소재다.
'굿파트너' 역시 현직에서 이혼을 전문으로 하는 최유나 변호사가 직접 집필을 맡았다는 사연이 알려져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최 변호사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굿파트너' 에피소드도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많은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긴 부부 동반 캠핑 에피소드에도 "실제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판례를 찾다가 내연녀를 누나라고 속여 2년 가까이 동거한 남편의 사례도 봤다"며 "아내와 자기 형이 불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온 상담자도 있었는데, 추후 알고 보니 이들 사이에서 생긴 아이가 있었다"고 충격적인 '실화'를 전하기도 했다.
방송가에서는 "이혼은 투자 대비 큰 사랑을 받는 검증된 콘텐츠"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굿파트너'는 스타 작가도, 비싼 몸값의 스타 없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제작비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비싼 세트와 해외 로케이션, 후반 작업이 필요한 작품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향후 이뤄질 정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예능 역시 마찬가지다. 예능 역시 OTT 출범 이후 촬영 규모가 커지면서 제작비도 급등했다. 특히 연애 버라이어티의 경우 출연자들이 함께 거주할 대형 주택은 물론, 섬까지 통째로 빌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혼을 내세운 프로그램들은 예쁘고 화려한 볼거리 보다는 출연자들의 서사에 주목한다. 배경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혼에 대해 보다 허용적인 분위기도 이들 콘텐츠 제작에 기운을 더한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언급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고, 이혼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 기자회견까지 하며 해명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몇 년 사이에 이혼을 솔직하게 공개하는 추세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혼은 흠이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되면서 연애 리얼 버라이어티만큼 늘어난 게 이혼 버라이어티가 됐다.
상황이 이 정도다 보니 이혼 후 직접 제작진에게 지원서를 보내는 사례까지 나왔다. 걸그룹 레드삭스 출신 노정명은 최근 MBN '돌싱글즈6' 출연 소식이 알려졌는데, 이혼 후 직접 지원서를 내고,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면접을 본 후 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져 더욱 주목받았다.
노정명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어른들은 몰라요', '내일', '학교2', '나 어때', '6월의 일기' 등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비주얼로 사랑받았고, 레드삭스 데뷔 후 '라라라', '스윗 드림'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팀 해체 후 2008년 12월 출산 후 2009년 3월 결혼했다.
이혼 콘텐츠 프로그램 홍보 담당자는 "실제 사연이다 보니 더욱 봐주는 분들이 공감하는 거 같다"며 "제작진들이 강요해서 하지 않아도 스스로 털어놓는 얘기들이 충격적인 게 많아, 저 역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런데 그게 다 사실 아니냐"면서 콘텐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