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데리고 '96위' 팔레스타인과 무승부…"홍명보·정몽규 사퇴" 성토

입력 2024-09-06 07:53
수정 2024-09-06 08:07

논란 속에 출범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과 졸전을 펼치면서 축구팬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홍명보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한 한국 축구 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96위)과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는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각 팀에서 호평받는 해외파 선수들도 대거 투입됐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팔레스타인과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알린 후 20분 만에 3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축구협회의 무능한 일처리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현재 이스라엘과 전쟁으로 리그가 중단된 팔레스타인과 경기를 펼치면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FIFA 랭킹 96위로 23위인 한국보다 73계단 낮은 팀이다.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6개국 중 두 번째로 FIFA 랭킹이 낮은 팀이다.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점수조차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역대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라는 평가받고도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펼쳐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끌 때와 "별 차이가 없다"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과 무리하게 그를 임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대한 날 선 비난도 이어졌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이날 경기장을 찾은 국가대표 축구팀 응원단 붉은악마의 현수막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은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비난하는 걸개를 내걸었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님을 맡지 않겠다"는 말을 뒤집은 것을 비꼬는 '피노키홍'이라는 문구 외에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일진놀이 몽규, 협회는 삼류' 등의 현수막도 있었다.

양팀 국가 연주 후엔 북소리와 함께 "정몽규 나가"라는 구호가 나왔고, 경기 전 양팀 선수 및 감독 소개 때는 홍명보 감독 소개가 전광판에 나오자 야유가 쏟아졌다.

축구협회에 대한 축구팬들의 반감은 클린스만 전 감독의 부임 후부터 이어졌다. 이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놓은 클린스만 전 감독과 결별하고, 5개월간 새 감독을 물색하다가 지난 7월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이 공석이 됐을 때부터 이름이 언급됐지만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홍명보 감독의 깜짝 임용에 이목이 쏠렸다.

이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뽑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전 축구 국가대표 박주호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했고, 다수의 외국인 감독이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원했음에도 뚜렷한 이유 없이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더불어 이영표, 박지성, 이동국, 이천수 등 홍명보 감독과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축구계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축구협회에 대한 반발은 티켓 판매로도 이어졌다. 이날 경기는 입장권이 다 팔리지 않았는데, 국내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의 홈 경기 입장권이 매진되지 않은 건 지난해 10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불발과 이후 드러난 대표팀 내분 등 각종 논란 속에서도 3월과 6월 A매치 매진이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는 반응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