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CEO 만난 김병환 "장기투자형 연금상품 개발 힘써야"

입력 2024-09-05 10:02
수정 2024-09-05 10:03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5일 "타깃데이트펀드(TDF) 위주의 투자가 이뤄지는 해외 사적 연금시장을 볼 때 우리 시장의 발전도 운용사 역량에 달려있다"며 "운용업계가 안정적인 장기투자형 연금 상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0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열고 "지난 몇 년 사이 국내 자산운용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간접투자 비중이 크게 낮다"며 "이는 국내 자산운용업이 투자자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이 운용사 CEO들과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은행·여신·보험·증권에 이어 다섯 번째 릴레이 간담회다.

김 위원장은 "정부도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한 만큼, 국민연금뿐 아니라 퇴직·개인연금도 함께 혁신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금융위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일임형 퇴직연금 샌드박스, 퇴직연금 갈아타기 시스템 구축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사적연금 시장에서 다양한 상품이 출현할 수 있도록 지원안을 관계부처와 지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업계가 자본시장 선진화에도 앞장서 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자산운용업계는 상장지수펀드(ETF) 베끼기, 수수료 인하, 형식적 의결권 행사 등 단기 수익 추구에 치중하느라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기업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특정 자산·상품에 대한 쏠림 현상이 자산운용업계에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자산이 편중되고 시장 동조화가 심화될 경우 금융 안정이 저해되는 한편, 외부 충격 발생 시 투자자 보호와 금융사 건전성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해 독창적이고 특화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투자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주고, (금융위는)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