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한 '장애인 육상의 살아있는 전설' 전민재(47·전북장애인육상연맹)가 연맹 임원의 반대로 생활 보조 지원을 못 받았다고 털어놨다.
전민재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에서 7위를 기록, 후회 없는 역주를 펼쳤다.
이어 취재진 앞에 선 그는 편지를 빼곡히 적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엄지발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전민재는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으로 뇌 병변 장애를 얻어 단어를 발음하거나 빠르게 글씨를 쓰기 어렵기 때문.
다만 그간 대회에서 밝힌 소감들과 달리 이날은 연맹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전민재는 "올해는 생활 보조가 (경기장 등에) 들어올 수 없어서 훈련하는 데 불편함이 크다"면서 "(지난) 몇 년간 엄마가 생활 보조로 들어와 내 옆에서 손발이 되어줬다. 엄마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아서 운동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운동선수는 식단이 제일 중요한데 트레이너가 잘 챙겨주기는 했지만, 식사 시간이 제일 불편했다"며 "난 손이 불편하고 말을 못 해서 생활 보조가 누구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육상연맹 임원 한 분이 강력하게 반대해서 올해 생활 보조가 함께할 수 없었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맹(임원)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부당하게 '전민재 선수는 생활 보조가 없어도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내 의사는 1%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극구 반대한 임원의 권한으로 엄마가 생활 보조로 들어올 수 없었다. 연맹 측에서 사적으로 권력 남용해도 되는지 의문스럽다"며 "4월에 있었던 익산선수권대회도 생활 보조가 없어서 불참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장성준 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가 많다 보니 예산 문제가 있었다"며 "우리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을 도왔지만, 어떤 도움도 가족만큼 편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